중국 광시성의 네티즌들이 저항을 상징하는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쓴 채 ‘광시성 독자들은 남방주말을 지지한다. 언론 출판의 자유야말로 진정한 개혁이다’ 등의 문구를 들고 당국의 검열에 항의하는 <남방주말> 기자들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웨이보 갈무리
개혁성향 주간지 ‘남방주말’ 기자들
선전부장 퇴진·당국 철저조사 촉구
“작년 기사 1천여건 검열” 폭로도
‘시진핑식 개혁’ 기대감에 찬물
선전부장 퇴진·당국 철저조사 촉구
“작년 기사 1천여건 검열” 폭로도
‘시진핑식 개혁’ 기대감에 찬물
중국 당국의 개혁파 언론에 대한 검열에 언론인들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중국 개혁파 언론의 상징인 <남방주말>의 기자들은 광둥성 선전 당국이 일방적으로 신년 사설의 제목과 내용, 편집을 마음대로 뜯어고쳐 공산당 통치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탈바꿈시켰다고 폭로하는 공개서한을 3일과 5일 발표했다. 인터넷에서는 <남방주말>을 지지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남방주말> 기자들은 애초 ‘중국의 꿈은 헌정(헌법에 의한 통치)의 꿈’이란 제목으로 정치개혁과 민주를 촉구하는 내용의 신년 사설을 작성했으나, 퉈전 광둥성 선전부장이 직접 개입해 5차례 이상 수정 지시를 내려 비판적 내용이 모두 삭제됐다고 3일 밝혔다. 제목도 시진핑 총서기의 연설 내용에서 따온 ‘우리는 어느 시기보다도 (민족부흥의) 꿈에 가까이 다가가 있다’로 바뀌었다. 기자들은 퉈전 선전부장의 퇴진과 공개 사과, 당국의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 언론인들이 공개적으로 당국의 검열에 맞서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남방주말> 기자들은 5일 발표한 성명에선 “지난해 1034건의 기사가 당국에 의해 삭제되거나 수정됐다. 당국의 개입이 수시로 이뤄졌으며, 기사가 통째로 사라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고 추가 폭로했다. 광둥성에서 발행되는 <남방주말>은 다른 관영언론들이 보도하지 못하는 사회적 문제들을 보도해 왔으며, 이로 인해 여러 차례 편집장이 해임되는 등 탄압을 받아왔다.
<남방주말>을 지지하는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6일까지 베이징외국어대, 푸단대, 난징대 등 전국 각지 대학의 언론 전공 학생들과 학보사들이 잇따라 ‘남방주말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과 사진 등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렸다.
4일에는 <남방주말>과 함께 개혁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월간지 <옌황춘추>의 인터넷 사이트의 접속이 갑자기 차단됐다. ‘헌법은 정치체재 개혁을 위한 합의’라는 제목의 신년호 사설을 통해 헌법과 괴리된 현실을 비판하고, 정치개혁을 촉구한 내용이 검열 당국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추정된다. <옌황춘추> 쪽은 지난달 31일 공업정보화부로부터 사이트가 등록 취소됐다는 내용의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받았으며, 취소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고 밝혔다.
두 사건은 시진핑 총서기가 취임 뒤 부정부패 척결과 관료 사회의 기풍 쇄신 등을 강조하는 개혁 신호를 보내면서 고조된 개혁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시진핑호의 정치개혁 의지에 대한 실망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비비시>(BBC) 중문판은 이번 사건에 대한 처리가 시진핑 정부의 개혁 의지가 진짜인지, 정치개혁을 추진할 능력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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