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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남방주말’ 검열 잇단 저항
중국 언론개혁 ‘밑돌’ 되나

등록 2013-01-08 20:37수정 2013-01-09 08:34

1984년 창간 뒤 호구제 등 파헤쳐
탄압에도 용감한 보도 포기 안해
양심적 언론의 상징·영향력 ‘1위’
중산층·지식인 중심 “언론자유 달라”
‘웨이보 여왕’ 야오천도 지지 트위트
선전당국 “당 통제 당연” 태도 강경
“진실 어린 말 한마디는 전세계보다 무겁다.”

중국의 인기 여배우 야오천은 7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옛 소련 반체제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글 한 구절과 함께 <남방주말>의 붉은 제호 사진을 올렸다. 3100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거느린 ‘웨이보 여왕’ 야오천의 ‘개념 트위트’는 중국인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남방주말 지지 물결의 기세를 상징한다.

주간지 <남방주말> 신년호의 정치개혁 요구 사설이 당국의 검열과 개입으로 친정부적 내용으로 바꿔치기된 뒤, 언론자유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중국 사회 곳곳으로 퍼져가고 있다. 젊은이들과 중산층, 지식인들이 정치적 권리와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 흐름의 중심에 있다. 이는 새로 출범한 시진핑 체제에 대한 도전이자, 변화를 요구하는 거대한 압력이 되고 있다.

중국인들에게 <남방주말>은 양심적 언론의 상징이자 빼앗길 수 없는 목소리다. 1984년 광둥에서 창간된 <남방주말>은 계속된 탄압 속에서도 사회 문제들을 과감하게 파헤치는 용감한 보도를 포기하지 않은, 가장 영향력 있는 주간지다.

2003년 쑨즈강이라는 당시 27살의 후베이성 출신 청년이 광저우에서 신분증을 휴대하지 않은 채 외출했다가 수용소에 끌려가 구타당해 숨진 사건을 폭로한 것도 <남방주말>이었다. ‘쑨즈강 사건’은 중국의 호구제도와 농민공 문제를 파헤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결국 ‘유랑인 강제 수용제도’를 폐지시켰다. 2009년 중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인민일보> 등을 제쳐두고 <남방주말>과 단독 인터뷰를 해 중국 언론자유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당국은 당시 이 기사를 1면과 인터넷에 올리지 못하게 했고, 인터뷰를 했던 주필은 인사에서 밀려났다. 지난해 8월에는 베이징 폭우·홍수로 숨진 이들의 사연을 심층 취재한 기사가 모두 삭제당했다.

중국 신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한한은 7일 “<남방주말>은 약한 이들에게 힘을 주고,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 왔다. <남방주말>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우리가 그들에게 작은 힘과 도움이 되길 원한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남방주말> 기자들이 퉈전 광둥성 선전 부장 사임과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항의 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7일 광저우의 <남방주말> 본사 앞에는 파업을 지지하는 수백명 규모의 시위와 헌화 행렬이 이어졌다. 언론 자유를 요구하는 구호와 함께 전체주의와 맞서 싸우는 혁명가들을 그린 할리우드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주인공이 쓰고 나온 가이 포크스 가면도 등장했다.

이번 사태는 이미 시진핑 시대 중국 새 지도부의 개혁 의지를 시험하는 격전장으로 변했다. 시진핑을 이을 차기 지도자 유력 후보인 후춘화 광둥성 당서기는 연일 심야 간부회의를 소집해 이번 사태 해법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치 못한 여론의 힘에 당황한 선전 당국은 밀리지 않겠다는 강경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산당 선전부는 7일 ‘당이 언론을 절대적으로 통제하는 근본 원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등의 내용을 담은 긴급 통지를 언론사들에 내려보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7일 “외부 세력이 <남방주말> 기자들이 정부와 맞서도록 사주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설을 실었으며, 8일 <신화통신> 등 주요 관영언론들은 일제히 이 글을 전제해 실었다. 웨이보에 대한 검열도 크게 강화됐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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