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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사설] 중국 언론통제 실상 드러낸 ‘남방주말’ 사태

등록 2013-01-10 19:04

중국이 언론자유를 향한 몸살을 앓고 있다. 마치 한국의 1970년대 언론 현실을 보는 듯하다. 기자들은 한 줄이라도 진실을 알리려 몸부림치지만, 당국은 온갖 통제와 간섭으로 언론을 묶어두려 한다. <남방주말>과 <신경보> 사태는 오늘날 강대국 중국의 후진적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연초 중국 개혁파 언론의 상징인 <남방주말>의 신년 사설 제목과 내용이 광둥성 선전당국에 의해 공산당 통치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탈바꿈한 것이었다. <남방주말>은 애초 ‘중국의 꿈은 헌정의 꿈’이란 제목으로 정치개혁과 민주를 촉구하는 내용의 신년 사설을 작성했지만, 수정된 사설 제목은 ‘우리는 어느 시기보다 꿈에 가까이 다가가 있다’였다.

당국에 편집권을 침해당한 <남방주말> 기자들은 파업으로 맞섰고, 우여곡절 끝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광둥성 선전부의 사전검열을 없애고 파업 참가자들을 해고하지 않겠다는 해법이었다. 주요 언론이 당국의 검열에 맞서 20년 만에 공개 파업을 벌인 끝에 얻어낸 ‘작은 승리’였다.

하지만 사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베이징의 유력 일간지인 <신경보>가 <남방주말>을 비판하고 당국 입장을 옹호하는 <환구시보> 사설을 게재하라는 당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베이징시 당국은 사설을 전재하지 않으면 신경보를 폐간하겠다고 협박했고, 사장이 당국자의 면전에서 이를 거부하고 사의를 표명하자 편집국은 눈물바다가 됐다고 한다. 결국 문제의 사설은 대폭 축소돼 지면에 실렸다. 마치 1970년대 언론자유 수호투쟁을 벌인 ‘동아투위’ ‘조선투위’를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남방주말>과 <신경보> 사태는 사회주의 중국의 언론통제 실상을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공산당 일당독재 원칙에 따라 당이 언론을 지도한다는 시대착오적 방식이 아직도 중국에서는 버젓이 살아있는 것이다. 미국과 양대 강국을 다툰다는 중국의 화려한 외양 속에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언론자유조차 보장되지 않는 초라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언론자유는 한번 물꼬가 트이면 좀처럼 거스르기 어렵다. 중국 사회는 이제 당국도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인 사회적 전환점에 다다르고 있는지 모른다. 경제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언론자유 없이 강대국이 될 수 없고, 민주주의 없이 제대로 된 선진국 반열에 낄 수 없다는 명제가 점점 자명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시진핑 중국 지도부는 거스를 수 없는 이런 시대의 흐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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