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사 놓고 대립
지난 17일 사망한 자오쯔양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장례식이 ‘7일장’ 날짜에 해당하는 23일까지도 유족과 당국의 이견으로 일정을 정하지 못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3일·5일·7일장을 치르는 게 일반적이며, 덩샤오핑은 6일장, 마오쩌둥은 9일장을 치른 바 있다.
자오의 맏아들 다쥔은 22일 “유가족은 모두 고인의 빠른 안장을 희망하지만 고인에 대한 평가를 둘러싼 (당국과의) 이견이 심각해 장례일정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소식통들은 전했다. 그는 “당국의 시각은 아버지의 생전 바람과 너무 거리가 멀어 유가족이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당국이 자오 전 총서기의 고별의식에서 읽을 추도사에 그가 “1989년 당시 동란 지지와 당 분열의 과오를 저질렀다”는 평가를 담는 데 대해 반대하고, 자오가 생전에 당 중앙에 보냈던 재평가 요구 서한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당국은 21일 오전 11시 빈소에 있던 일반인을 모두 몰아낸 뒤 빈소로 통하는 양쪽 골목에 정·사복 경찰 40여명을 배치해 일반인을 완전 통제하고 빈소 앞 정원 벽에 가득 나붙었던 조문객들의 추도사를 모두 철거했다. 당국은 유가족이 골목 앞길까지 나와 친척임을 확인한 경우만 조문을 허락했다.
한편 지난해 천안문사태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했던 베이징의 일부 인사들은 이날 칭화대학에서 자오의 빈소까지 거리행진을 신청했으나 당국은 허락하지 않았다. 21일 홍콩에서 열린 자오쯔양 추도식엔 1만여명이 참석했다고 홍콩 <문회보>가 22일 전했다. 또 바바오산 묘원에서 열 예정인 고별의식에는 차오스·주룽지·리루이환 등 퇴임한 전직 고위 지도자들이 참가할 뜻을 밝혔다고 베이징 외교 소식통이 이날 전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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