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세력권 넓히기·미국 주도 금융체제 도전
“독자 개발은행·외환준비 풀 박차”
원조 무기로 아프리카 공략 공들여
러시아는 무기구매 통해 관계강화
“독자 개발은행·외환준비 풀 박차”
원조 무기로 아프리카 공략 공들여
러시아는 무기구매 통해 관계강화
‘시진핑의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차별화된 외교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취임 뒤 첫 해외순방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브릭스(브라질·인도·러시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개발은행 설립 및 러시아와 아프리카를 상대로 외교 강화를 꾀하고 있다. 중국 중심의 독자 세력권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시 주석은 26~27일 남아공 더반에서 열리는 제5차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에 필적할 브릭스 개발은행과 외환준비 풀(pool) 설립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주도권을 쥔 국제금융체제에 편입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중국 <신경보>는 26일 “브릭스 중심의 개발은행과 외환 준비 풀이 만들어지면 회원국들이 경제 개발에서 자율성을 확대하고 외환 위기에 안정적으로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체제에서 손해를 입어 왔다는 의식이 강하다. 한 중국 경제 전문가는 “국제통화기금에선 미국과 유럽연합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할 여지가 없다”며 “중국은 3조3100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고를 성장동력을 가진 브릭스 개발은행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브릭스 개발은행 설립은 중국 주도 국제금융체제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일본을 포함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 협상을 서두르자, 중국이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미국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약한 아프리카 공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시 주석은 25일 탄자니아에서 “향후 3년 동안 200억달러(약 22조원)의 차관을 제공하고, 3만명의 직업 훈련생과 1만8000명의 유학생을 받아들이겠다”며 자금과 기술 이전을 약속했다. 그는 “아프리카 국가들과는 운명 공동체”라며 중국에 대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데 공을 들였다. 라미도 사누시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장은 지난 12일 “중국은 아프리카의 원자재를 가져가고 공산품을 되팔고 있다”며 자원 확보에 치중하는 중국의 행보를 신식민주의라고 비판한 바 있다. 루사예 전 세네갈 주재 중국대사는 “서방 국가들이 지난 50년 동안 아프리카에 한 일이 무엇이냐. 자원 착취를 한 것은 중국이 아니라 바로 이들 국가”라고 말했다.
중국은 러시아산 무기 구매를 매개로 군사 협력 관계 강화도 꾀했다. 시 주석은 22~24일 러시아 방문 기간에 15억달러를 들여 러시아산 수호이(Su)-35 전투기 24대와 아무르급 잠수함 4척을 사들이기로 합의했다고 중국 관영 언론들이 25일 전했다.
황둥 마카오국제군사학회 회장은 홍콩 <명보>에 “중국은 이미 구식이 된 수호이-35를 사들이는 ‘온정적 전투기 구매’를 통해 아시아 회귀를 선언한 미국을 함께 견제하자는 전략적 메시지를 러시아에 보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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