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사람끼리 전염된 증거 없다”
중국에서 변종 조류인플루엔자(조류독감)에 감염된 환자 2명이 숨졌다. H7N9형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밝혀졌는데, 사람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진 것은 세계 첫 사례다.
중국 국가위생양육위원회는 31일 누리집(홈페이지)에 “상하이에서 87살의 남성이 2월19일 H7N9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같은 달 27일 숨졌고, 같은 지역의 27살 남성은 2월27일 감염된 뒤 3월4일 숨졌다”며 “안후이성의 35살 여성도 3월9일 감염된 뒤 위독한 상태”라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사망자 2명 모두 처음엔 고열과 기침 증상을 보이다가 중증 폐렴으로 상태가 악화된 뒤 일주일 만에 호흡곤란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지난 29일 숨진 환자들의 검사물에서 H7N9형 바이러스를 검출했고, 국가위생양육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확진 판정을 내렸다. 위원회는 “이들의 감염 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로선 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없다”고 밝혔다.
2003년 발견된 이후 전세계에서 360여명을 숨지게 한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H5N1형이다. H7N9형 바이러스는 칠면조 등 조류에서만 발견되고 사람에겐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중국 위생 당국은 환자들과 접촉한 80여명을 검사한 결과 H7N9 바이러스에 추가로 감염된 사람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병들거나 죽은 가축 또는 가금류와 접촉하는 것을 삼가라고 당부했다. 또한 “일단 고열을 동반한 기침 증상으로 호흡이 곤란하면 병원을 찾고, 손을 씻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중국인은 2002~2003년 중국을 엄습한 사스(SARS)의 악몽을 떠올리며 불안해하고 있다. 사스의 첫 발생지로 알려진 중국에서는 당시 5000여명이 이 병에 감염돼 34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위생 당국이 이번 변종 조류독감의 감염 경로를 정확히 밝혀내지 못했고, 예방 백신도 없어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H7N9 조류독감 환자가 사망한 지 한달이 넘게 지난 이날에서야 공식 발표가 난 데 대한 누리꾼들의 불만도 확산되고 있다. 누리꾼 바오옌리하오는 포털 큐큐닷컴 게시판에 “정보를 더욱 투명하게 제공할 수는 없는 건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아직 사람끼리 전염됐다는 명백한 증거는 없기 때문에 크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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