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역사적 과업” 선언
리커창 주도로 밀어붙이기
“농민공 쫓겨날 것” 반론도
리커창 주도로 밀어붙이기
“농민공 쫓겨날 것” 반론도
중국 새 지도부가 도시화(城鎭化)를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중국 사회에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도시화의 선봉장은 리커창 총리다. 그는 지난해 11월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 만나 “앞으로 수십년 동안 중국의 성장 잠재력은 도시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가 1991년 베이징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을 때 논문 주제도 도시화였다. 원자바오 전 총리도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 업무보고에서 시진핑-리커창 체제의 청사진을 밝히며, “도시화는 우리가 완수해야 할 역사적 과업”이라고 선언했다.
도시화는 수출과 대규모 투자에 의존하는 과거와 다른 새 성장모델을 마련하려는 시진핑-리커창 지도부 정책의 알짬이다. 도시화 과정에서 주거·건설·복지 등 사회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면 내수가 좋아져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낮은 도시화율이 역설적으로 새 발전 잠재력이란 인식이다. 중국은 도시화율이 선진국의 80%에 견줘 52.6%(2012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도시화 밀어붙이기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리 총리가 내건 △서민주택 건설 확대 △후커우(호구)제도 개혁 △사회보장제도 확대 등 도시화 정책이 현실에선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젠신화 우한대 경제발전연구센터 교수는 1일 <환구시보> 기고에서 “중국의 도시화는 자동차 도시였다가 쇠락한 미국의 디트로이트를 따르지 말고, 섬유나 석탄·철강 도시에서 이젠 금융·관광·문화 도시로 탈바꿈한 영국 맨체스터나 독일 루르지방 같은 발전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도시화로 저소득층 주민들과 농민공들이 내쫓기는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31일 “상하이의 휘황찬란한 금융가에서 차로 불과 20분 거리에 있는 시 외곽에선 농민공들이 버려진 집과 낡은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시 정부가 도시화를 추진하며 주거 개선 명목으로 임대 주택을 건설하자 그나마 도시변두리에서 버티던 농민공들이 살 곳을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도시화를 통해 앞으로 10년 동안 4000만명을 추가로 도시 인구로 유입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역설적인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지지부진한 후커우 제도 개혁도 문제다. 중국에서 도시 후커우를 보유한 인구는 약 35%뿐이다. 도시 후커우가 없는 약 1억3000만명의 농민공(농촌 후커우를 가지고 도시에 와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의료보험이나 교육 등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생활한다. 후커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농민공들의 소비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후춘즈 중국 국토부 부부장은 “인구 도시화가 토지 도시화보다 느린 것은 정상이지만 격차를 줄여야 한다. 농민공들이 사회 복지를 누리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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