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성 지진 구조 현장
지진에 가마 붕괴…동생 참변 당해
농민공 형제 애타는 사연 심금 울려
지진에 가마 붕괴…동생 참변 당해
농민공 형제 애타는 사연 심금 울려
중국 쓰촨성 루산현 지진 현장에서 생존자 구조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5위안(4500원)을 더 벌려고 잔업을 하다가 동생이 변을 당한 형제의 사연이 중국인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돤지구이(49), 돤지훙(40) 형제는 지진이 일어난 20일 오전 루산현 룽먼 외곽 왕자촌의 한 가마터에서 자기를 굽고 있었다. 출근시간은 아침 8시였지만 이들 형제는 새벽 5시부터 잔업을 자처했다. 3시간 잔업을 하면 25위안을 더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8시께 형 돤지구이는 동생에게 잠시 쉬자고 했다. “가마 안에서 작업을 하던 동생에게 새참으로 국수나 한그릇 먹고 일하자고 했죠. 하지만 동생은 마무리를 하겠다고 하더군요.”
새참을 막 먹으려는 찰나 땅이 흔들렸다.“당장 가마로 뛰어갔지만 이미 가마 천장이 무너져 입구를 막아버렸습니다. 동생은 나오려고 몸부림쳤지만 이내 다시 천장 한 부분이 무너졌습니다. 이게 동생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형은 오열했다. 돤지구이는 어린 조카와 함께 ‘밍비’(저승에서 쓰라고 만든 가짜 종이돈)를 태우며 서둘러 동생의 장례를 치렀다. 돤지구이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동생의 머릿속엔 좀더 일해서 더 빨리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그 돈으로 아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게 꿈이었습니다”라며 흐느꼈다.
23일로 매몰자의 생존 한계시한인 지진 발생 72시간이 지났지만 1만9000여명의 군과 무장경찰, 소방대원들을 동원한 구조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취궈성 중국지진응급수색구조센터 총공정사는 “생존자 수색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간 지역의 고립지에는 공군이 구호물자 투하에 나섰다. 23일까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193명, 실종자 25명, 부상자는 1만2211명으로 집계됐다. 학교와 관공서의 천막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재민들은 식수난에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쓰촨성 당국은 구호물자 배분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을 떨치려 애쓰고 있다. 쓰촨성 민정청은 21일 “구호품을 유용하거나 빼돌리는 일은 절대 없다. 구호품은 ‘공개, 공정, 투명’ 원칙에 따라 나눠질 것”이라고 공지했다. 이는 2008년 쓰촨성 원촨대지진 당시 지방 공무원들이 거액의 구호품을 빼돌리다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았던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8만6000여명이 숨진 참사 속에 피해 주민들을 돕기 위한 국민들의 성금과 자원봉사, 물자 지원이 몰려들었으나, 당국과 산하기관이 성금과 구호물자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지금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원촨대지진 당시 수십억위안을 모금했으나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국영 중국홍십자회(적십자사)는 21일까지 1000만달러를 모으는 데 그쳤다. 훨씬 규모가 작은 민영 자선단체인 시나마이크로채리티(시나웨이보 모금사이트)가 모은 1300만달러보다도 적은 금액이다. 중국 누리꾼들은 “성금을 내려면 홍적십자회 대신 투명한 개인 자선단체에 기부하라”고 권하고 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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