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총리 ‘폭탄발언’ 후폭풍
아베, 센카쿠 강경론 등 연일 포화
미 “입장없다” 밝혔지만 어정쩡
‘한-미-일 동맹’ 굳히기 전략 차질
미 합참의장, 시진핑 주석 면담 등
북핵 위협에 미-중 협조관계 부쩍
‘북-중-러 연합’ 복잡미묘한 변화
아베, 센카쿠 강경론 등 연일 포화
미 “입장없다” 밝혔지만 어정쩡
‘한-미-일 동맹’ 굳히기 전략 차질
미 합참의장, 시진핑 주석 면담 등
북핵 위협에 미-중 협조관계 부쩍
‘북-중-러 연합’ 복잡미묘한 변화
북한 핵문제로 요동치던 동아시아의 역내 질서에 이번에는 일본이 ‘폭탄’을 던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의 과거 침략 행위를 부정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이 지역의 동맹·대립 관계에 또 다른 변수를 추가한 것이다.
패트릭 벤트렐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각) 중국과 일본이 다투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미국이 입장이 없다는 것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밝혀왔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 중 어느 쪽이 이 섬의 영유권을 가지느냐에 대해 미국은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의 발언은 얼핏 원론적 언급으로 들리지만, 미국 정부의 최근 언행과 다르다. 미국은 지난해 센카쿠열도가 미-일 방위조약의 적용 대상이라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밝힌 바 있다. 센카쿠열도가 공격을 당하면 미-일 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이 개입할 수 있으며, 이는 이 섬이 미국이 인정하는 일본의 영토라는 뜻이 된다.
미국 정부의 이런 애매한 태도는 아베 총리가 일본의 과거 침략 행위를 부정한 발언을 한 날 즉각 나왔다. 아베 총리는 의회에서 “침략의 정의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인들이 (센카쿠열도에) 발을 딛는다면 우리로서는 힘으로 축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도 말했다. 일제의 2차 세계대전 침략 행위 및 센카쿠열도와 관련한 역대 일본 총리의 발언 가운데 가장 강도가 높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4일 사설에서 “일본은 한순간의 쾌락을 위해 스스로를 파괴하는 마약 중독자와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이 23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최고지도자 시진핑 국가주석을 공식 면담한 사실을 중국 관영 언론들이 사진까지 내보내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양국간 군사문제에 의미있는 양해가 있음을 시사한다. 앞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한·중·일 3국을 순방하며,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폐기하면 동아시아에 배치 중인 미사일방어망(MD)을 철회하겠다고 제안했다.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동아시아 미사일방어망을 북한 핵위협을 명분으로 구축하다가, 북한 핵위협 제거를 조건으로 양보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2~3년 전부터 중국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손을 들어주며, 노골적으로 중국 포위정책을 구사해왔다.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때 소련을 겨냥해 구축했던 한-미-일 ‘남방동맹’을 중국을 겨냥한 동맹으로 재구축하려 한 셈이다.
하지만 올들어 북한의 미사일과 핵 개발 가속화와 전쟁 위기 고조에 미국은 주춤했다. ‘전략적 인내’로 포장한 대북 정책이 북한의 핵위협만 증가시킨데다, 중동에서 이란의 핵개발도 가속화하자 문제를 풀려고 중국과 타협에 나서게 된 것이다. 아베 총리의 침략 부인 발언은 한국의 보수파까지 분개시켰다.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 협력관계를 강화해 한-미-일 3각 협력체제 공고화 쪽으로 움직이기 어려워졌음은 물론이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3각 협력을 공고화하는 한편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려면 중국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모순적인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의 일본은 한-미-일 3각 협력의 기반을 뒤흔드는 우경화로 치닫고 있다. 아베 총리는 24일에도 각료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당연한 일”로 부추기며 한발 더 나갔다. 북한의 핵개발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 강화의 구실이 되고 있지만,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양보를 얻어낼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미국이 추구하는 한-미-일 ‘남방동맹’, 중국이 그리는 북-중-러 연합 모두 복잡한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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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노래 울린 수요집회 일본 정치권이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집단으로 강행하면서 비난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24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1071차 정기 수요집회가 열렸다. 참석한 수녀들이 각국의 언어로 ‘평화’라고 적힌 노란 종이나비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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