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사인식 외교문제화 원치않아”
미국 정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침략 부인’ 발언, 각료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관련해 외교통로로 일본 정부에 비공식적으로 우려를 전달했다고 <교도통신>이 26일 보도했다. 미국 국무부 당국자는 주미 일본대사관을 통해 역사인식 문제를 둘러싼 아베 정권의 움직임이 동아시아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미·일 양국의 소식통들이 전했다.
미국 국무부도 25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쪽에 우려의 뜻을 전달했음을 내비쳤다. 패트릭 벤트렐 국무부 부대변인은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 중국과 한국 등 우려를 표시하는 나라들이 있다”고 지적한 뒤, “주미 일본대사관과 주일 미국대사관을 통해 일본 쪽과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벤트렐 부대변인은 다만 “국무부는 주미 일본대사관에 공식적인 항의를 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베 정권의 행보에 대해 한국과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자, 미국이 일본 정부의 자제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본을 방문한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도 24일 가토 가쓰노부 관방 부장관과 만나 야스쿠니신사 문제 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취소한 데 이어, 중국은 새달 3일 개최될 예정이던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를 취소시켰다고 <아사히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의장국인 중국은 “중·한·일 3국이 조정해야 할 의제가 없다”며 회의 취소를 일본에 통보했다. <아사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대립과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이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중 양국의 반발과 미국의 자제 촉구 때문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아베 총리는 도발적인 발언을 추가로 내놓지 않는 등 사태를 무마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26일 오전 중의원 내각위원회에서 “역사인식에 관한 문제가 외교·정치 문제화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며 “(역사인식 문제는) 역사가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과거 여러 국가,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는 인식에 대해 아베 내각은 역대 내각과 같은 입장”이라고도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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