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조사방법 현실 반영 못해
세계은행, 개도국에 재평가 맡겨
세계은행, 개도국에 재평가 맡겨
미국과 동등한 ‘신형 대국관계’를 요구해온 중국이 서구 중심의 국제금융기구 관행에 도전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은행이 매년 발행해온 기업환경평가 보고서 발간에 제동을 걸고 있으며, 보고서에 포함되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국가별 순위 항목을 폐지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세계은행 관계자들의 말을 따서 7일 보도했다.
세계은행은 기업 관련 규제 등을 평가해 매년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데, 중국은 올해 185개국 중 91위로 평가됐다. “건설 관료집단이 강고하고 조세 제도가 뒤떨어져 있다”는 이유다.
지난해 세계은행의 중국 대표였던 한빈은 “보고서가 잘못된 조사방법을 택해 현실을 반영하는 데 실패했다. 중국의 기업환경 개선 조처를 과소평가했다”고 반발한 바 있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강력해진 영향력을 바탕으로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금융질서에 순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고위층에 자국 인사를 진출시키고, 지분도 확대해가고 있다.
‘강한 국가’를 옹호하는 중국의 움직임에는 개발도상국과 노동조합 관계자 등도 호응하는 상황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해 개발도상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재무장관 출신인 트레보 마뉴엘에게 기업환경평가 보고서 재평가 작업을 맡겼다. 이달 말 완성될 예정인 재평가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피터 바크비스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 이사는 “세계은행의 보고서가 우려스러운 것은 어떤 형태의 노동 관련 규제도 나쁜 것이라고 여긴다는 점”이라며 “노동 관련 규제가 없는 나라는 기본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달러 기축통화에 도전해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6일 열린 국무원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올해 안에 위안화 완전 태환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이 총리는 지방정부 채무감독 강화, 예산투명성 확보, 금융개혁 등 9대 중점 분야에 대한 개혁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다. 오는 2015년까지 위안화를 태환 가능한 통화로 만들겠다는 당초 계획이 앞당겨질지 주목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며 달러화 가치의 불안정성을 경험한 중국은 위안화의 무역 결제 확대와 직접 투자 등을 추진하고 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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