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 의중 반영 싸고 촉각
중국의 대표적 국유은행이자 최대 외환거래 은행인 중국은행이 북한 조선무역은행의 계좌를 폐쇄했다.
중국은행 대변인은 7일 짧은 성명을 통해 “북한 조선무역은행에 계좌 폐쇄 및 모든 금융 거래의 중단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 등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북한의 대외금융업무를 총괄하는 조선무역은행은 지난 3월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재원을 조달한 혐의로 미국 정부에 의해 제재 대상으로 지목된 바 있다.
유엔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에 나서기로 한 뒤 중국 기관이 이에 동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데이비드 코언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담당 차관이 중국을 직접 방문해 대북 제재 동참을 요구했는데, 중국은행의 이번 결정이 미국의 요청에 대한 응답이 아니냐는 것이다.
<로이터>는 “중국 기관이 사상 처음으로 북한 제재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중국은행은 자신들에 대한 국제적 평판을 고려해서 결정을 내렸겠지만, 이런 종류의 결정에는 정치적 고려도 있다고 봐야 한다”는 중국 현지 전문가의 말을 전했다.
조선무역은행은 지난 3월부터 대북 제재의 핵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미국 재무부는 대북 제재 방안을 발표하면서, 북한 핵무기 및 미사일 프로그램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핵심 거점’으로 조선무역은행을 지목했다. 아울러 미국의 기관·업체 및 개인들이 이 은행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또한 유럽연합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조선무역은행 제재에 참여할 것도 촉구했는데, 이미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가 동참한 상태다.
중국은행의 이번 발표에 대해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의 대열에 중국이 동참하게 됐다. 이번 발표는 베이징이 평양을 향해 더 많은 압력을 가하려는 신호탄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특히 “‘중국 압박을 통한 북한 압박’이라는 카드를 써온 미국으로선 북한의 최대 무역국인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이 절실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이 신문은 “중국의 다른 은행들이 조선무역은행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북한 압박의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 이후인 지난 3월 중국은 금융 제재, 불법 화물 검색 등을 뼈대로 하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데 이어, 지난달 17일에는 ‘유엔 안보리 북한 제재 결의를 엄격히 이행하고 문제가 있으면 즉시 보고하라’는 통지를 정부 산하 기관에 내려보냈다.
앞서 2월에도 중국 정부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유엔 결의 이행을 강조하는 공문을 산하 기관에 발송했다. 이후 북-중 접경 지역에서 상품 통관과 검문이 대폭 강화됐고 중국 내 탈북자들의 불법 체류 및 불법 금융에 대한 단속도 확대됐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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