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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파룬궁 전단 한장 때문에 장기 뺏길 뻔"

등록 2013-06-02 10:49수정 2016-05-25 09:15

Special Report 중국의 장기이식 실태- ② 끊이지 않는 의혹
중국, 2007년 장기매매 금지했지만 불법 이식 여전…

파룬궁 추종자들 장기 적출한다는 주장도

중국 정부가 2007년 공식적으로 장기매매를 금지했지만 외국인 환자의 방문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인터넷에선 중국 병원과 연계해 외국인에게 장기이식을 알선하는 광고가 계속 나오고 있다. 심지어 체포된 파룬궁 회원들의 장기가 이식되고 있다는 단서가 드러나 국제사회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은 흑색선전이라고 일축할 뿐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마르티나 켈러 Martina Keller <차이트> 기자

모데차이 시티글리츠의 주치의 제이콥 레이비는 많은 고민 끝에 다른 사람의 희생을 전제로 한 장기이식 행위가 비윤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처음에 의사는 그저 환자 치료에만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레이비는 오래전부터 시티글리츠의 치료를 맡아왔다. 심장이식 과장인 레이비로서는 자기 환자인 시티글리츠에게 더 이상 희망을 줄 수 없게 된 지 오래였다.

그러던 2005년 어느 가을날, 시티글리츠로부터 중국에 가서 2주 뒤 심장이식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다. 시티글리츠는 모처럼 기분이 좋아 보였다. 레이비는 "나는 그에게 웃음 띤 얼굴로 '그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며 "그런데 그는 중국행의 성사 여부를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받아들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레이비는 이전에도 신장이식을 위해 중국으로 향한 환자들의 사례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티글리츠는 사정이 달랐다. 신장이나 간의 일부는 살아 있는 기증자의 몸에서 떼낼 수 있지만 심장은 누군가 죽어야 이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이비에게 시티글리츠는 심장이식을 위해 중국행을 택한 첫번째 환자다. 그렇지만 마지막은 아니었다. 그가 이후 접한 사례만 해도 12건에 이른다. 그중에 사망한 사람은 한두명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시티글리츠처럼 건강을 회복해 귀국했다. 그는 의사로서 자신의 환자가 최상의 상태로 회복되길 바라지만 다른 사람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래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설령 내가 그 상황에 처하더라도 나는 중국에 가지 않을 것이다. 결국 내가 죽는다고 해도…"라고 말하는 그에게 진심이 느껴졌다. 그는 "그런 식으로 장기이식을 받는 환자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생명이 경각에 달린 사람들은 그야말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시티글리츠가 중국에서 돌아온 뒤 레이비는 그를 다시 돌보고 있다. 자기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는 걸 보는 레이비의 마음은 기쁘다. 그러나 동시에 환자들이 계속 중국인의 심장을 이식받는 것을 막기 위한 정치적 운동을 시작했다. 시티글리츠가 중국을 선택할 수 있던 배경엔 이스라엘 특유의 의료보험 체계도 한몫했다. 이스라엘은 해외에서 시행되는 이식수술이라도 자국 내에서 허용되는 한도에서 비용 전액을 건강보험으로 지급한다. 시티글리츠가 중국에서 이식수술을 받는 데 들어간 돈은 모두 17만달러였다. 여기엔 치료비와 약값은 물론 동반한 아내와 딸의 일등석 항공료, 호텔 숙박비, 통역 비용, 개인 간병인의 임금까지 포함된다.

장기매매 시장에서 17만달러는 그다지 큰 액수가 아니다. 그렇지만 시티글리츠가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중국에서 신장 한쪽을 사는 데 내는 비용은 그보다 훨씬 적은 6만5천달러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인 250명이 중국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그 비용을 모두 자기가 내야 했다면 이식수술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레이비는 더 이상 건강보험 재정에서 이 비용을 지급하지 않도록 제도를 바꾸자고 주장한다.

그가 전문 학술지에 이런 내용을 발표하자 이스라엘 사회에서 공론화가 이뤄졌고, 그는 시티글리츠와 함께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 이 문제를 두고 토론을 벌였다. 레이비는 이스라엘 장기이식협회의 후원을 받아 관련 콘퍼런스를 조직하기도 했다. 회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스라엘은 장기이식법을 개정해 2008년부터는 매매를 통해 얻은 장기를 해외에서 이식받을 때 그 비용을 건강보험에서 지급하지 않도록 했다. 이 법은 이스라엘 국민이 자국 내에서 장기를 이식받을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내용도 담았다. 장기 기증 서약서를 소지한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장기이식 기회가 주어지도록 한 것이다.

중국에 쏟아지는 국제적 비난 여론

레이비는 "개정 법률이 시행된 뒤 이식수술을 위해 중국으로 간 이스라엘 환자는 지금까지 단 한명도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인터넷에선 환자들이 중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봉쇄했다며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레이비는 이런 비난을 되레 자랑스럽게 여긴다.

레이비는 아직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했다. 중국 지도부가 공식적으론 장기매매를 금지하는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장기이식을 위한 외국 환자들의 방문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장기매매를 불법화한 건 2007년부터다. 그러나 사형수의 장기 적출까지 금지한 건 아니다. 새 법률에는 '출처에 관계없이 사람의 장기가 돈거래를 통해 중국 부자들이나 유럽인에게 제공돼서는 안 된다'는 것만 적시돼 있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의 달라진 태도를 느낄 수 있는 몇몇 움직임이 감지된다. 예컨대 2012년 8월 중국 경찰은 장기매매 혐의가 있는 137명을 체포했다. 그중에는 의사 18명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에선 여전히 중국 내 병원들과 연계해 외국인에게 심장이식을 알선하는 광고가 끊이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이런 병원들을 용인해주고 있다.

정부가 눈감아주는 불법 장기매매, 사형수 장기이식. 놀랄 만한 사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0년 노벨평화상 후보자였던 캐나다 변호사 데이비드 메이터스와 전 국무장관 데이비드 킬고어는 2006년부터 공포영화에나 등장할 만한 사례를 꼼꼼히 수집해왔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가을 두 사람이 펴낸 자료를 의제로 다루기도 했다. 이 자료는 중국 노동 수용소나 재교육 수용소에 수감된 죄수들까지 사형에 처해지고 있음을 짐작게 한다. 두 사람의 조사는 파룬궁(중국에서 활동이 금지된 심신수련 단체) 수련자에 초점이 맞춰졌다. 수감된 이들은 사형 선고와 전혀 무관했지만 단지 그들의 장기가 환자의 수요에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죽어야 했던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과연 그런 일이 가능할까? 중국에서 파룬궁 회원들이 박해받고 있는 건 사실이다. 중국 정부는 파룬궁 회원들이 외국에서 벌이는 발빠른 선전에 역대응을 펼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두 캐나다인은 그들의 연구조사 과정에서 파룬궁 죄수들의 진술에 매이지 않고 독립적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수감 기간 중에 의사의 진료를 받은 죄수, 소리·소문 없이 수용소에서 사라진 죄수, 또는 주검에서 신체 일부가 없어진 죄수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동시에 중국에서 신장이나 간을 이식받은 외국인 환자들을 만났다. 나아가 전에 파룬궁 회원들의 장기를 떼어내는 데 가담한 공모자와의 인터뷰도 성사시켰다. 장기이식을 받은 환자나 그 가족이라고 자신을 밝힌 정보 제공자와의 전화 통화 내용도 기록했다.

중국 내에서 감옥에 갇힌 파룬궁 회원들의 장기를 강제로 적출해 이식한다는 단서가 드러나기도 했다. 파룬궁 회원들이 이에 항의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룬궁 추종자들 장기 적출 의혹 잇따라

파룬궁 회원들의 장기가 이식된다는 단서는 시티글리츠가 중산병원에서 심장을 이식받은 지 넉달이 지난 2006년 3월 한 통화 기록에도 담겨 있다. 어떤 사람이 중산병원에 전화를 걸어 혹시 파룬궁 수행자의 장기를 얻을 수 있느냐고 묻자 의사는 "우리는 모든 유형의 장기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오스트리아 빈대학의 국제법 교수 만프레트 노박은 두 캐나다인이 제기하는 혐의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하며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2010년까지 '고문에 관한 유엔 특별 보고서' 작성 책임을 맡기도 했다. 그는 파룬궁에 대한 박해와 중국 내 장기이식 급증이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진다는 게 이를 암시한다고 밝혔다. 노박 교수는 유엔을 대표해 중국 정부에 장기의 출처 등 장기이식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중국은 지치지도 않고 이 모든 혐의를 흑색선전으로 일축하고 있다." 미국 의회가 메이터스와 킬고어의 조사 결과와 이와 관련된 사실들을 안건으로 다룬 뒤 하원의원 4분의 1가량이 당시 국무부 장관 힐러리 클린턴에게 "믿기 어려운 불법 장기이식"에 관한 정보를 모두 공개하도록 연방정부에 촉구했다.

미국 시카고대학 의과대학의 장기이식 전문의 마이클 밀리스는 "죄수 장기기증 시스템 연구에 깊숙이 발 담그는 걸 의식적으로 피했다"고 말했다. 그가 벌써 10년 이상 중국 정부에 장기이식에 관한 자문을 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중국 위생부 부부장 황제푸와도 절친한 사이다. 밀리스는 자문위원으로 일하던 초창기부터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 달리 사형수의 장기가 적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중국 내에서 장기이식을 단 한번도 집도하지 않았다고 했다. 중국에선 그저 연설과 강의만 했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중국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윤리적으로도 하자가 없는 이식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는 "(중국의) 혐의를 벗기기 위한 자발적 장기이식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감 중인 파룬궁 추종자들의 장기 적출 의혹에 대해 묻자 그는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세상에는 내 관심이나 흥미 대상이 아닌 일이 많다"고 말했다.

밀리스가 보기에 중국은 장기이식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다. 장기매매가 금지된 이래 중국 장기이식센터는 이식수술을 할 때 위생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군병원은 예외다. 당이나 정부라도 통제할 수 없다. 황제푸 부부장조차 "사형수의 장기 적출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그가 정말 신념을 가지고 하는 말인지, 아니면 국제적 압력 때문인지는 분명치 않다. 황 부부장은 사형수의 장기 이용을 완전히 근절할 뜻이 없다. 중국 정부의 의도는 단순히 죄수의 장기기증 의존도를 줄여보자는 정도다. 사형 집행 건수 역시 몇년 전부터 점차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적십자는 자발적 장기기증을 촉진하는 시범사업을 수행 중이다.

밀리스는 여전히 중국 내 사업에 관심이 많다. 그는 '바이탈세러피스'라는 회사와 합작으로 인공 간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른바 'ELAD 시스템'으로, 간이 제 기능을 못해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에게 간 기능이 회복되거나 이식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정상적인 간이 하는 역할을 대신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밀리스는 바이탈세러피스의 이사이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7년 전 환자 49명을 대상으로 'ELAD 시스템' 연구가 시작됐다. 그로부터 1년 뒤 바이탈세러피스는 중국 내 사용 승인을 요청했다. 중국은 현재 간부전으로 생사의 기로에 있는 환자가 30만명에 이를 정도로 잠재적 시장 규모가 엄청나다.

지난해 7월 마이클 밀리스는 제24차 국제장기이식학회가 열린 독일 베를린을 방문했다. 세계 각지에서 온 5천여명의 참가자들이 장기이식 의학에 관한 최신 동향 정보를 교환했다. 대회장 앞엔 파룬궁 추종자들이 부스를 차려두고 방문객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리우웨이(40)는 "2001년 자신의 운명을 바꾼 것도 전단지 한장이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당시 베이징의 독일국제협력단에서 일하고 있었다. 숨겨뒀어야 할 파룬궁 전단지를 깜빡 잊고 갖고 있다가 공안에 체포됐다. 구금된 16개월 동안 그녀는 구타와 잠재우지 않기 고문을 당했다.

중국은 사형수 의존도 줄이는 데만 관심

"어느 날 의사 10명과 경찰 10명이 감옥 안으로 들어왔다. 갇힌 사람들 중에 파룬궁 신자들만 불려나가 혈액검사와 함께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의사들은 가족 병력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런 식의 진료가 5~6번 반복됐지만 결과는 한번도 통보받지 못했다." 리우웨이는 수용소 안의 끊임없는 압력을 견디기 힘들었다. 결국 그녀는 파룬궁을 떠나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나는 죽을 것만 같았다. 그때 나는 젊었고 무엇보다 살고 싶었다." 2003년 1월 말에 풀려난 그녀는 다시 독일국제협력단에서 일했고 그로부터 1년 뒤 독일로 떠나왔다. "그때 내 장기를 필요로 하는 환자가 없는 게 큰 행운이었던 셈이죠."

그녀가 바깥에서 리플릿을 배포하는 동안 회의장 안에선 베를린 의과대학 '샤리테' 소속으로 이 대회를 주관한 페터 노이하우스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 기자가 중국 사형수의 장기 적출 문제에 대해 묻자 그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건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2~3년 전 중국 위생부 부부장이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점검하고 있다고 확언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가 주의를 기울이는 일은 그뿐만이 아니다. 한빙 변호사의 보고문을 인터넷에서 감쪽같이 사라지도록 하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 Die Zeit 2013년 11호 Herz auf Bestellung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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