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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시진핑 시대에도 천안문 시위는 “반혁명 책동”

등록 2013-06-04 20:37수정 2013-06-04 21:15

‘천안문 사태’ 24년
마오 기념당 가림막…광장선 검문
취재기자 신분증 제시에도
실정법 앞세워 “떠나라” 요구

유혈진압에 수천명 사망·부상
‘어머니회’ 추모제도 막혀
홍콩·인터넷선 추모 시위

4일 오전, 1989년 천안문(톈안먼) 민주화시위 유혈진압 24년을 맞은 중국 베이징 중심 천안문광장은 잔뜩 흐렸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컴컴한 하늘에 미세먼지(PM2.5) 농도가 160㎍/㎥을 넘었다.

광장으로 통하는 통로마다 검문이 삼엄했다. 공안들은 검색대 앞에서 관광객들의 신분증을 일일이 검사했다. 가방 안을 뒤지기도 했고, 불룩한 주머니는 직접 손을 대어 만져봤다. 광장 남단 마오쩌둥의 주검이 안치돼 있는 마오쩌둥기념당은 공사용 가림막이 둘러진 채 닫혀 있었다. 입구 전광판엔 “주변 도로 공사로 2일부터 5일까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써 있었다.

24년 전 수십만, 많게는 100만명이 넘는 학생·시민들이 ‘민주의 여신상’을 세우고 자유와 민주, 공평, 정치개혁을 요구하다 수천명(중국 당국 발표로는 700명)이 희생된 이 광장 안에서, 오늘 추모 분위기는 찾을 수 없었다. 전단지 하나, 촛불 하나 보이지 않았다. 관광객들은 분주하게 사진을 찍거나 여행사의 깃발을 쫓느라 바빴다. 곳곳에 공안 차량이 서 있고 경호용 우산을 들고 이어폰을 낀 사복 경찰들이 서성였다.

중국인 관광객들도 천안문시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듯했다. 광장에서 만난 20대 남녀와 장시성에서 온 관광객은 “천안문 시위에 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당국은 천안문시위를 ‘반혁명적 책동’으로 규정했고, 관련 정보를 철저히 통제한다. 하지만 한 택시기사는 “6·4(천안문시위의 다른 이름) 때 기억이 난다. 당시 천안문에서 한참 떨어진 현재의 냐오차오(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근처에 있었는데 ‘타타타’ 하는 총소리를 들었다. 시내 전역이 비상사태였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감시의 눈은 결코 허술하지 않았다. 광장을 서성이며 한두명과 이야기를 나누자, 공안 순찰차가 기자를 막아섰다. 신분증을 요구했다. 순식간에 비디오 카메라와 사진기를 든 사복 경찰 10여명이 주위를 에워쌌다. 이들은 “외국 기자가 취재를 하려면 관할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마음대로 다니는 것은 엄연한 중국 실정법 위반이다”라고 윽박질렀다. 이들은 15분 넘게 용건 등을 캐물은 뒤 “즉시 광장에서 나가라”고 명령했다.

시진핑 체제 들어 천안문시위와 관련된 단속이 더욱 심해졌다고 중국 인권운동가들은 말한다. 인권운동가 후자는 영국 방송 <비비시(BBC)>에 “과거엔 보통 6월2일부터 당국이 지인과의 접촉 등 외부 활동을 막았는데 올해는 지난달 25일부터 제약을 가했다”고 말했다.

2007, 2008, 2010년 세차례 시내 무시디에서 천안문시위 진압 당시 희생된 아들의 노제를 지낸 ‘천안문 어머니회’ 창설자 딩즈린은 “올해 3월 당국에 제사를 지내겠다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시진핑 체제 들어 인권은 외려 퇴보했다”고 <명보>에 언급했다.

중국 공산당 이론지 <구시(求是)>에는 1일 “사상의 서구화는 당과 국가를 그릇된 길로 인도할 수 있다”는 글이 실렸다. 지난달엔 당 중앙조직부와 선전, 교육부가 당 조직과 대학에서 언론자유, 사법독립, 보편적 가치 등 7가지 주제에 관한 토론을 금지하는 지침을 내렸다.

그래도 인터넷에선 당국의 검열을 뚫고 추모가 이어졌다. 여성 인권운동가인 아이샤오밍 광저우 중산대 교수는 검은 티셔츠를 입고 찍은 추모 인증샷을 인터넷에 올리자고 제안했다. 천안문시위 주역으로 해외에 망명 중인 왕단과 후핑 등은 국가폭력과 인권탄압 책임자 명단을 작성해 인터넷에 올렸다. 후자는 <에이피(AP)>에 “인터넷으로 정보가 확산되면 머지않아 어느날 홍콩 빅토리아 공원의 추모 횃불이 천안문광장에도 옮아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에선 이날 저녁 대규모 추모시위가 열렸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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