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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성장 주춤한 중국…노동쟁의 급증

등록 2013-06-11 20:33

경기둔화·임금상승 압박에
공장 폐쇄·타지 이전 속출
항의 파업·시위 작년의 두배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있는 대만계 포장재료 제조업체 진순타이 공장의 노동자 리거밍(45)은 지난달 노동절 휴가 뒤 출근했다가 당혹스런 통지문과 맞닥뜨렸다. 공장 문 앞엔 “경영상의 이유로 공장을 폐쇄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왜 공장을 닫는지에 관해선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이 공장의 창고지기로 15년을 일해온 리는 200여명의 동료들과 항의 집회를 벌였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는 “우리는 일한 대가를 받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시에수이셴(46)이 일하던 그랜드베스트가구는 최근 선전에서 109㎞ 떨어진 후이저우로 공장을 옮겨 버렸다. 60여명의 노동자가 일하던 이 가구 공장은 임금 등 생산 비용을 줄이려 이전을 결정했다. 시에와 동료들은 공장 이전 반대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돌아온 건 푼돈 위로금뿐이었다. 시에는 “우리 힘으론 공장 이전을 막을 수 없었다. 내가 받은 건 2달치 월급과 1000위안(약 18만원)의 정착금 뿐이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주요 수출 지대인 광둥성 등 남부 지역 공장들이 경기 둔화와 임금 상승 압박 속에 문을 닫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고 있으며,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파업과 시위가 급증하고 있다고 10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홍콩에 본부를 둔 노동단체인 ‘중국 노공통신(China labour bulletin)’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4월까지 중국에서 발생한 파업, 시위 등 노동 분쟁은 20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배에 이른다”며 “특히 수출 중심지인 선전에서만 17건의 파업과 쟁의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지난 10년 동안 수출 주도 성장을 이끌던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인건비가 싼 중국 내륙이나 외국으로 생산지를 옮기면서 파업 등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성장률 정체가 노동쟁의 급증의 배경이 되고 있다. 중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7%,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7.9% 였다. 20년 넘게 두자리수 성장률 행진을 계속해온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수출은 4월보다 13.7%포인트나 줄어들어 수출 업체에 타격을 줬다. 반면 공장 노동자들의 주축인 농민공의 월 평균 임금은 지난해 2290위안(42만원)으로 1년 전보다 11.8%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진핑 주석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저성장을 이례적인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중국 지도부가 경기 부양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노동시장 불안이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데까지 이른다면 계산을 달리하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류청 상하이사범대 교수는 “중국의 잠재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파업이나 시위 등 노동쟁의가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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