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와의 갈등·관계악화 피하면서
“미국, 사이버해킹 불한당” 역공
“미국, 사이버해킹 불한당” 역공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정보 수집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23일 홍콩을 전격적으로 떠남에 따라 중국의 ‘거리두기’ 외교가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겼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스노든 사태 발생 뒤 줄곧 “홍콩특별자치정부가 처리할 일”이라며 극도로 말을 아껴왔다. 스노든이 미국 정부가 중국 대학과 통신기관을 해킹했다는 추가 폭로를 했을 때도 “미국 정부의 해명을 요청한다”는 수준의 반응만 보였다. 결국 스노든이 에콰도르행을 택함에 따라 중국은 이달 초 미-중 정상회담으로 다져논 양국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일단 피했다.
스노든이 홍콩에 머물며 미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청구에 관해 법정투쟁을 벌인다면 정치범 인정 여부와 추가 폭로 등으로 인한 미-중 마찰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진찬룽 인민대 교수는 24일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중-미 관계를 위협할 수 있는 폭탄의 뇌관이 제거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스노든을 인도했을 때 맞닥뜨릴 세계 각국의 비판도 피하게 됐다.
중국으로선 스노든 덕분에 그간 수세에 몰리던 미국과의 사이버 해킹 논란에서도 반격의 명분을 챙겼다. 중국은 <신화통신> 등 자국 언론을 통해 “중국을 해킹의 진원지라고 비난한 미국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불한당”이라며 역공을 펼쳤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중국은 냉정을 지키고, 홍콩특별자치정부도 법에 따라 일을 처리하며 국익에 있어 최상의 결과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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