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일반 초등학교는 ‘시장 학교’로 비하
“이 학교에 보내려고 엄청 많은 준비와 어려움이 있었어요. 이제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서 너무 자랑스러워요.“
최근 상하이 명문 양푸초등학교에 아들 ‘뎬뎬(아명)’을 보낸 세레나 린은 뛸듯이 기뻐했다. 린은 덴덴을 이 학교에 보내려고 많은 투자와 치밀한 준비를 했다. 초등학교 종합 면접시험에 대비해 아들을 2년 과정의 영어학원에 등록했고, 3000자에 이르는 한자를 조기에 익히도록 했다.
이뿐만 아니었다. 뎬뎬은 피아노 학원은 물론 지난 다섯달 동안 일요일마다 명문 초등학교 준비 과정에 등록해 3교시 수업을 받았다.상하이엔 이런 예비 초등학교 과정이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린은 심지어 교육 관리에게 뇌물을 쓰기도 했다.
린의 사례는 자녀를 명문 초등학교에 보내려는 상하이의 수만명 학부모 가운데 한명일 뿐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6일 소개했다. 명문 초등학교 명단을 줄줄 꿰고 있는 이들은 하루에도 몇시간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학교 입학에 필요한 정보를 찾아 서로 교환한다. 일부는 자녀를 상대로 모의 입시 면접까지 할 정도다.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명문 학교 주변 부동산값도 들썩이게 만든다. 상하이에선 학교 근처에 주소(후커우)가 있으면 입학 허가가 나는 탓에 일부 명문 초등학교 주변 집값은 1㎡당 7만위안(1270만원)까지 치솟았다.
명문 초등학교는 학비도 비싸다. 최고로 치는 학교들은 한 학기당 학비가 1만위안(181만원)을 넘어선다. 하지만 명문 초등학교 입학이 곧 명문 중학 진학의 지름길이라고 여기는 수많은 학부모들은 이를 개의치 않는다. 일부 초등학교에는 학생 1명을 추가 모집하자 40여명의 지원자가 몰리기도 했다. 올해 상하이 초등학교 입학생은 16만6천여명으로 지난해보다 3만명이 늘었다. 그만큼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명문 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내지 못한 부모들은 상실감을 감추지 못한다. 자녀가 일반 학교에 진학하게 된 한 학부모는 “불만이다. 명문 초등학교 진학을 원하는 많은 학부모들은 일반 학교를 ‘시장 학교’라고 부른다. 학부모 다수가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환경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샤오옌 화둥 사범대 교수는 “대부분 한 명의 자녀만 있는 중국 부모들의 교육열을 탓할 수만도 없다”며 “중국 교육제도 전반의 문제를 돌이켜 봐야한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의 우쭌민 교수는 “명문 초등학교 진학을 위해 유치원들이 선행교육을 실시하는 관행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시의 한 교육 당국자는 “명문 초등학교가 아닌 일반 초등학교에 우수한 교수들을 배치해 교육 수준을 끌어올리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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