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2002년 통치 3세대 지도부
최근 며칠새 잇달아 책 펴내
“책 통해 영향력 과시 의도” 분석
“자기미화 그쳐 배울 것 없다” 비판도
최근 며칠새 잇달아 책 펴내
“책 통해 영향력 과시 의도” 분석
“자기미화 그쳐 배울 것 없다” 비판도
장쩌민, 주룽지, 리펑 등 오래전 은퇴한 중국 제3세대 지도자들의 저서 출간이 줄을 잇고 있다. 책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출판 정치’가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강력한 국유기업 개혁으로 ‘철혈재상’이란 별명이 붙은 주룽지 전 총리는 12일 상하이시 당서기 시절의 발언을 모은 <주룽지상하이발언실록>을 출간했다. 이 책은 초판 110만부를 찍으며 단숨에 밀리언셀러로 떠올랐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도 하루 뒤인 13일 160여장의 사진과 서예 작품 등이 담긴 <장쩌민과 양저우>를 펴냈다. 앞서 지난 5일엔 천안문 시위 진압을 주도한 강경파인 리펑 전 총리가 <리펑, 산업 경제를 논하다>라는 책을 펴냈다. 세 사람은 1993년부터 10년 동안 주석과 총리를 지내며 마오쩌둥, 덩샤오핑에 이은 제3세대 지도부를 구성했다.
3세대 원로 지도자들이 최근 부쩍 활발한 저작 활동을 벌이는 행간에서는 최근 당내 보수파와 개혁파의 치열한 노선 대립을 둘러싼 미묘한 정치적 메시지가 읽힌다. 일부 중국 언론들은 주 전 총리의 책이 산업구조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리커창 총리를 지원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진보적 월간지인 <염황춘추>의 양지성 부사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싶지 않은 이들이 책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싶어한다”고 지적한다.
중국 사회의 변화와 한계도 드러난다. 셰춘타오 중앙당교 부주임은 “중국 인민의 민주의식이 높아져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지도자들의 주요 정책 결정 방식이나 배경에 관심이 커진 것도 회고록 붐의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기밀 유지를 강조해온 중국의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 전직 지도자들이 책을 펴낼 공간이 넓어졌다고 짚었다. 장위궈 인민대 교수는 “이 책들을 통해 주요 정치적 결정의 비밀 해제 기간이 짧아졌다”며 “현재 지도부의 정책 결정 투명화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민망> 등 중국 언론들은 주요 지도자의 저서는 여전히 시판 전 당 중앙판공청의 철저한 사전 심사를 거치며, 일부 예외를 빼면 인민출판사나 중앙문헌출판사 등 제한된 국가출판사에서만 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지성 부사장은 “자신을 천재로 그리거나 잘못된 정책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고, 정적을 비판하는 내용 등이 많아 정작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적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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