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 줄이고 부패척결 과시 염두
지지파-반대파 법원앞 몰려들어
공안 대규모 배치해 삼엄한 경계
아들 보과과, SNS로 동정표 얻기
지지파-반대파 법원앞 몰려들어
공안 대규모 배치해 삼엄한 경계
아들 보과과, SNS로 동정표 얻기
1980년 문화대혁명 4인방 재판 이후 중국 최대의 정치 재판으로 일컬어지는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에 대한 재판이 22일 시작된다. 재판이 열리는 산둥성 지난시 중급인민법원 주변엔 보시라이의 지지자들과 반대파들이 몰려들고 있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공안들이 대규모로 배치돼 삼엄한 경계를 서는 등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재판 전날인 21일엔 10여명의 보시라이 지지자가 법원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한 지지자는 “보시라이야말로 부패하지 않고 인민에게 봉사한 간부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보시라이는 탐관오리”라는 푯말을 든 반대파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보시라이는 충칭시 당서기 시절 마오쩌둥식 사회주의 이념을 표방하며 국유자산을 활용한 저소득층 지원과 평등을 강조하는 경제·사회 정책을 펼쳤다. 이 때문에 좌파세력과 서민들 사이에 여전히 그의 지지자들이 적지 않다. 보시라이가 부정부패와 수뢰, 권력남용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지층은 그를 권력 다툼의 희생양으로 여긴다.
중국 지도부가 예민해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재판이 열리기 전 지도부 내부에서 이미 보시라이의 재판 결과와 형량 등에 대해 조율을 끝냈을 가능성이 높지만, 재판을 일부 공개함으로써 ‘공정한 재판’을 강조해 보시라이 지지층의 반발 여지를 줄이려 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시 중급인민법원 대변인은 22일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진 않겠지만 재판중에 언론에 진행 상황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봉황위성텔레비전>은 “재판 실황이 지난 시내 호텔에 마련된 내외신 기자회견장에서 텔레비전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로 중계될 것”이라고 산둥성 방송 관계자의 말을 따 보도했다.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이 법정에 선 보시라이의 모습을 공개함으로써 좌파세력들의 반발과 재판 뒤 제기될 수 있는 의혹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로이터> 통신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과 관련된 보시라이의 직권남용 혐의에 관한 재판 심리는 21일 미리 비공개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 또한 복잡한 정치적 고심의 산물이다. 보 전 서기가 부인 구카이라이의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 독살 사실을 은폐하려고 중앙정부에 보고하지 않은 채 왕리쥔 전 충칭시 공안국장을 감금했다는 내용 등과 관련된 직권남용 혐의 부분은 중국 권력층 내부의 복잡한 투쟁을 드러내고 보시라이가 ‘권력투쟁의 희생양’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부각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재판은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고 있는 부패 척결을 과시하는 정치적 선전장이기도 하다. 국가행정학원의 런진 교수는 “공개 재판은 당 중앙의 부패 척결 의지를 보여주는 한편, 다른 당원이나 관리들에게도 자중하라는 경고를 보내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에서 유학중인 보시라이의 아들 보과과는 20일 <뉴욕 타임스>를 통해 “지난 18개월 동안 부모와 전혀 연락을 할 수 없었다”며 “부모님이 나의 안전을 보장받으려고 혐의를 인정하고 재판에 협조하는 것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시라이가 상무부장을 맡고 있던 2006년께부터 구카이라이가 신경쇠약 증세를 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혁명원로인 할아버지 보이보 전 부총리, 부모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 보시라이 지지자들의 동정표를 결집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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