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카이라이 살인사건’으로 갈라서
보, 재판 나흘째 ‘직권남용’도 부인
중 ‘사법 공정’ 선전장 적극적 활용
보, 재판 나흘째 ‘직권남용’도 부인
중 ‘사법 공정’ 선전장 적극적 활용
보시라이의 오랜 심복이었으나 결국 그를 몰락시킨 ‘주역’이 된 왕리쥔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 보시라이 재판의 핵심 증인으로 등장했다. 산둥성 지난시 중급인민법원에서 진행중인 ‘세기의 재판’에 왕리쥔은 24일과 25일 이틀 연속 증인으로 출석해 피고인석의 보시라이 전 충칭 당서기와 대질신문을 벌였다.
보시라이의 부인 구카이라이가 저지른 살인 사건 처리를 둘러싸고 보와 갈등을 빚다가 미국 영사관으로 도피한 혐의 등으로 15년형을 받고 복역 중인 왕리쥔은 “지난해 1월 구카이라이의 살인 사건에 대해 보고하자 보시라이가 격노해 주먹으로 내 따귀를 때렸다. 입과 귀에서 피가 날 정도였다”며, 보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직권남용을 저질렀다고 증언했다.
보시라이는 부인이 영국인 사업가를 독살한 사건을 은폐하려고 당에 보고하지 않은 채 왕리쥔의 공안국장직을 직위 해제한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부분은 보시라이가 공산당 중앙의 권위에 도전한 정치적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하지만 보시라이는 “상처를 입을 만큼 주먹으로 세게 때리지 않았다. 왕리쥔을 직위해제한 것도 그의 건강이 예전같지 않고, 오랜 범죄와의 전쟁으로 적이 많이 생겨 물러나고 싶다는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시라이는 “이중인격자인 왕리쥔이 마구 거짓말을 지껄이고 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보시라이는 “왕리쥔이 미국 영사관으로 도피한 것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내 과실이 있었고 당과 국가의 명예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했지만 “이 부분이 죄가 되는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고 항변했다.
보시라이는 24일 자신의 외도 사실을 시인하면서, 이 때문에 화가 난 부인이 아들 보과과를 데리고 영국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부인과의 불화를 공개함으로써, 500만위안을 횡령해 영국에 있는 부인에게 부쳤다는 횡령 혐의를 반박한 것이다.
보시라이는 지금까지 수뢰, 횡령, 직권 남용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재판은 닷새째인 26일에도 계속된다. 자신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부각시키려는 보시라이의 항변과 공정한 재판임을 국내외에 과시하려는 중국 당국의 의도가 맞물리면서 애초 이틀로 예상된 재판이 길어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재판을 중국의 사법 투명성과 공정성을 홍보하는 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는 24일 사설에서 “전례없는 재판 공개가 사법 공신력 향상에 이바지했고 훌륭한 선례를 세웠다. 이번 재판은 절대 정치재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 정치 전문가인 스티브 창 영국 노팅엄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보시라이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왜 이 재판이 열려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결국 그의 항변 역시 당국이 허용한 범위 안에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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