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국

“중국법원, 보시라이 증언 짜깁기 공개”

등록 2013-08-26 20:01수정 2013-08-26 22:28

NYT 등 “지도부 해되는 발언 검열”
보 “왕이 내 아내 흠모해 벌어진 일”
심리 마무리…선고 이르면 내달초
중국을 뒤흔든 정치 재판으로 불린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에 대한 심리가 26일 닷새 만에 마무리됐다. 법원은 이르면 다음달 초 선고 공판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시라이는 혐의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사생활을 둘러싼 은밀한 내용들까지 공개해 세간에 충격을 줬다. 그는 26일 산둥성 지난시 중급인민법원 진행된 재판에서 “왕리쥔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 미국 영사관으로 도망친 이유는 내 아내 구카이라이를 몰래 흠모하다 나에게 발각됐기 때문”이라며, 직권남용이 아닌 치정 탓에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구카이라이를 흠모하던 왕리쥔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편지와 말로 아내에게 고백을 했다. 나는 두 사람이 끈끈한 사이임을 알아챘고, 왕은 내 가정을 침범한 데 대한 보복이 두려워 도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구카이라이가 영국인 사업가를 독살한 사건을 은폐하려고 보시라이가 심복 왕리쥔을 임의로 직위 해제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발언이다.

그는 전날에도 자신의 외도 때문에 아내가 한동안 영국으로 떠났다며, 사업가들이 아내의 생활비로 거액을 준 것은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수뢰·횡령 혐의를 부인했다.

보시라이는 이날 최후 진술에서 “가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 대해 당과 인민에게 사과한다”고 했다. 검찰 쪽은 “모든 혐의가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이 됐다”며 “피고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법원당국이 보시라이의 진술을 자의적으로 검열해 일부 발언은 빼고 공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와 <뉴욕 타임스>는 재판 방청객 등의 말을 따서 “법원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보시라이의 증언을 중계하며, 보의 인간적인 면모나 당 지도부에 해가 되는 발언을 빼거나 왜곡했다”고 보도했다. 보시라이는 법정에서 당 기율위원회 조사요원들한테서 혐의를 부인하면 사형 등 무거운 처벌을 받을 것이란 위협을 받았다고 증언했지만, 법원은 이 부분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보시라이는 구금당한 채 수백차례의 심문을 받다가 27차례나 혼절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나와 구카이라이의 삶은 비극이 됐다. 제발 재판을 멈춰 달라. 우리 가족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온기를 앗아가지 말길 바란다”는 인간적 면모가 드러나는 발언도 검열 과정에서 삭제됐다. 이는 여론이 보시라이에 동정적으로 기우는 것을 차단하고, 보 일가를 전형적인 부패 집단으로 묘사하려는 의도가 담긴 조처로 풀이된다.

보시라이의 선고 공판은 다음달 초쯤에 열릴 것이라고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보도했다. 하지만 모든 혐의를 부인한 그가 상고할 가능성도 있어, 최종 판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리라는 전망도 있다. 재판이 길어지면 10월 중국공산당 18차 3중전회 개최 전에 보시라이 사건을 매듭지으려던 당 지도부는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