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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 루쉰 작품 교과서 삭제 논란

등록 2013-09-08 20:38수정 2013-09-08 22:28

문학교과서 ‘연’ 빼자 비판 고조
“학생보단 ‘어른용’ 작가” 반론도
한국과 일본에서 극우편향 교과서 논란이 뜨거운 와중에 중국에서는 근대문학의 선구자 루쉰의 작품이 새 교과서에서 빠진 사실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교육부 산하 교과서 전문 출판사인 중국 인민교육출판사는 최근 펴낸 7학년(중학교 1학년) 문학 교과서에서 루쉰의 산문인 ‘연’을 삭제했다. 그동안 현장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100여년 전 문어체와 구어체가 뒤섞여 쓰인 루쉰의 작품은 지금 시대와 연관성이 떨어지고 어린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불평이 적지 않았다. 한 교육 관리는 “난해한 작품 대신 학생들이 나이에 걸맞은 작품을 공부해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부모들과 지식인들은 루쉰의 작품을 교과서에서 뺀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루쉰 연구의 권위자인 첸리췬 베이징대 교수는 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루쉰의 작품은 예나 지금이나 중국 사회에 대한 예리한 성찰로 비판 정신을 키워준다”고 말했다. 40대 학부모인 류웨이란도 “나도 중학생 때는 루쉰의 작품을 싫어했지만 성인이 된 뒤에야 소중함을 알았다”고 격분했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5%가 루쉰 작품의 삭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만명의 학부모들은 인터넷 댓글을 통해 인민교육출판사의 결정을 비판했다.

<아큐정전>, <광인일기> 등의 작품으로 중국인의 전근대적 습속을 매섭게 질타한 루쉰의 작품은 1920년대 초 처음 교과서에 실린 뒤 문화혁명(1966~1976년) 때 교과서 수록 편수가 절정을 이뤘으나 1990년대 이후 다수가 교과서에서 빠졌다. 한 중국 매체의 조사에 따르면 2009년 당시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루쉰의 작품은 3편이었다.

장편소설 <인생> <허삼관 매혈기> 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작가 위화는 자신의 에세이집에 “루쉰은 지나간 시대에서 가장 비판 정신이 뛰어난 작가였다”면서도 “학창 시절 억지로 루쉰의 작품을 읽어야 했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루쉰은 아이들의 작가가 아니라 성숙하고 민감한 독자들의 작가다”라고 썼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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