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국

이번엔 초등학교 앞 자폭…중국 농민공 폭발하는 ‘차별분노’

등록 2013-09-11 20:15수정 2013-09-11 21:19

자녀입학 거부당한 30대 남성
차에 폭발물 싣고 교문 돌진
본인 등 2명 숨지고 40여명 다쳐

‘사회에 대한 복수’ 올들어 세번째
도시 이주 뒤 교육·의료 혜택 소외
열악한 환경서 가족생활로 고통

지난 9일 아침 7시10분께, 중국 서남부 광시좡족자치구 구이린시의 바리제 초등학교 교문을 향해 한 남성이 폭발물은 실은 삼륜차를 몰고 돌진했다. 등교하는 학생들이 교문 앞에 몰려 있던 순간 폭발물이 터지면서 이 남성을 포함해 2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44명이 다쳤다. 부상자 가운데 22명은 초등학생인데 11명은 중태다.

범인은 이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려다 거부당한 한 농민공(농민 후커우로 등록돼 있으나 도시에서 일하는 노동자)으로 드러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1일 현지 공안 관계자를 인용해 “용의자는 30대의 농민공으로 최근 이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려다 거부당하자 앙심을 품고 사건을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이 남성은 최근 아이의 입학을 거부한 학교 쪽과 논쟁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 남성은 구이린시 인근의 농촌 출신으로 최근 일자리를 찾아 구이린시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도시의 학교는 그의 아이를 거부했다. 익명을 요구한 바리제 초등학교 관계자는 “학생 수용 인원이 매우 제한돼 있어, 많은 농민공 자녀들이 입학 대기자 명단에 올라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엄격한 후커우(戶口·호적) 제도에 따라, 농촌 출신 노동자에게 복지혜택을 주지 않는다. 도시는 농촌 출신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이용하지만, 그 아이들이 도시 학교에 입학하려면 거액의 학비를 내야 하는 등 입학이 제한되기 때문에 가족이 해체되고 교육 격차가 커지는 등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중국인권민주화운동뉴스센터는 “사고를 저지르기 전까지 이 남성은 입학 거부의 부당함에 관해 계속 국가 기관에 청원했다”며 “이번 사건은 사회에 대한 복수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선 차별 속에 사회에 대해 불만을 쌓은 농민공이나 빈곤층의 ‘복수 범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7월엔 청관(도시관리요원)의 폭력에 하반신이 마비된 농민공 지중싱이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사제 폭발물을 터뜨렸다. 6월엔 토지가 몰수된 데 항의해온 푸젠성 샤먼의 노점상 천수이쭝이 통근 버스에 방화해 47명이 숨졌다.

중국 정부도 이런 문제들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는 10일 발표한 ‘2013년 중국 유동인구 발전보고서’에서 “지난해 중국 전체 인구의 1/6에 해당하는 2억3600만명이 농민공을 포함해 타지로 이주한 인구이며, 이들은 각종 사회적 차별 때문에 기존 도시 주민에게 강한 적개심을 품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 보고서는 후커우 제도에 대해 “도시 후커우가 없는 농민공들은 이주해온 도시에서 교육, 의료 등 복지 혜택에서 소외돼 소속감을 못 느끼고 있다”며 “농민공 등 이주민이 기존 도시 거주자 수를 웃도는 일부 지역에서는 차별 문제가 사회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를 수행한 왕첸 주임은 “평균 연령이 28살인 신세대 이주민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자녀를 포함한 전 가족들이 도시로 이주하는 경향이 있지만, 70% 이상이 부엌이나 화장실, 세면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집단적으로 거주하고 있다”며 “농민공 정책의 초점이 가족 단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