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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보시라이 무기징역 선고…정치 권리도 영구박탈

등록 2013-09-22 20:15수정 2013-09-22 22:28

법원 1심 판결…예상 넘는 중형
‘부패 척결’ 지도부 의지 반영
지지자들 중심 반발 계속될 듯

한때 중국 최고 권력을 넘봤던 보시라이(64) 전 중국 충칭시 당서기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보시라이는 간수들에게 어깨를 붙잡힌 채 수갑을 찬 초라한 모습을 하고 감옥으로 향했다.

보시라이 재판을 담당한 산둥성 지난시 중급 인민법원은 22일 1심 공판을 열어 뇌물수수와 공금횡령,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보시라이 전 충징 당서기에게 무기징역형과 함께 사망할 때까지 모든 정치적 권리를 박탈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문화대혁명 이후 최대의 정치 재판으로 국내외의 눈길이 집중된 가운데, 보시라이에게 예상보다 무거운 중형을 선고함으로써 시진핑 체제의 반부패 의지를 강조하고, 경제개혁 등의 방향을 드러내려는 중국 지도부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공판에서 법원은 모든 혐의와 관련해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보시라이는 공복임에도 직위를 이용해 2544만위안(약 45억원)에 이르는 뇌물수수와 공금횡령을 저지르고, 직권을 남용해 국가와 인민의 이익을 침해한 죄가 중대하다. 모든 혐의에 증거가 충분하고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아울러 보시라이의 모든 재산도 몰수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뇌물수수 혐의에 무기징역, 공금횡령 혐의에 15년형, 권력남용 혐의에 7년형을 선고했다.

변호인 쪽은 보시라이가 당 중앙기율위원회 조사를 받는 동안 잘못을 시인한 증언을 한 것은 강압에 의한 것이었고, 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부인 구카이라이의 정신 상태가 비정상적이라는 점 등을 들어 변론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15년형 정도가 선고될 것이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중형이다. 장밍 인민대 교수는 <로이터> 통신에 “지난달 재판에서 보시라이가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한 것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진행된 재판 내내 보시라이는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자신이 ‘정치적 희생자’임을 부각하려 했다.

아울러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했던 거물급 정치인 보시라이를 본보기로 엄하게 처벌함으로써 사법 정의와 부패 척결 의지를 과시하려는 시진핑 지도부의 의중도 형량에 반영되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취임 1년차인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보시라이의 부패를 엄벌함으로써 당의 정통성을 강화하고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계산을 했다는 분석이다. 시진핑 체제의 정책 방향을 공개할 11월의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8기3중전회)를 앞두고, 중국 좌파의 상징적 인물인 보시라이에게 ‘정치적 사형선고’를 내림으로써,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좌파적 노선이 아닌 국유기업 개혁과 민간 분야의 역할을 확대하는 경제개혁 방향에 방점을 찍었다는 해석도 있다.

아울러 판결에 보시라이가 죽을 때까지 정치적 권리를 박탈한다고 명시함으로써 향후 그가 현 지도부를 위협할 정치적 구심으로 ‘부활’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 하지만, 많은 중국인이 이번 판결을 ‘정치적 박해’로 여기며 보시라이를 동정하고 있어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과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첨예한 좌우파 노선 투쟁에서 좌파들은 보시라이를 ‘영웅’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한 보시라이 지지자는 “보시라이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아직 끝이 아니다”라며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중국 지도부는 보시라이 지지층의 강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는 사형이나 역으로 우파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15년 이하의 형을 피하는 절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당국은 항의 시위 등에 대비해 법원 주변에 대규모 공안 병력을 배치해 삼엄한 경계를 폈다. 반발 여론 확산을 막기 위해 판결을 전하는 관영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의 댓글 달기 기능도 차단했다.

보시라이가 1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명보> 등 홍콩 언론들은 22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상고해도 형량이 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보시라이는 정치적 명예를 위해 상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보시라이가 향후 10일 안에 상고를 하면, 지난시 고급인민법원은 두달 안에 최종 판결을 내려야 한다. 이 경우 보시라이 재판은 11월 말까지 이어지게 돼 중국 정치 지형을 한층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커진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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