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 뇌물 재판기록 밝혀져 낙마
중국 당국의 인터넷 여론 통제 분위기 속에서 중학생을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처벌한 지방 공안국장이 분노한 누리꾼들의 비리 사실 폭로로 낙마했다.
중국 간쑤성 장자촨현 정부는 23일 밤 홈페이지를 통해 “현 공안국장 바이융창의 직무를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바이융창의 급작스런 낙마에는 그의 무리한 여론 통제에 항의한 누리꾼들의 비리 사실 제보가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고 홍콩 <명보>가 25일 보도했다.
지난 17일 장자촨현 공안당국은 16살 중학생 양아무개군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류 처분했다. 양군이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도 공안이 제대로 처리를 하지 않고 외려 유가족을 구타했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는 이유다.
중국 당국이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려고 도입한 ‘유언비어가 500번 넘게 리트윗 되면 작성자를 형사 처벌한다’는 규정의 첫 적용 대상이 10대 소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전역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장자촨현 공안 당국은 양군을 일주일 만에 석방해야 했다.
그러나 중국 누리꾼들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과거 재판 기록을 뒤져 바이융창 공안국장의 비리 사실을 인터넷에 폭로했다. 누리꾼들은 “간쑤성 우웨이시 중급인민법원 사이트의 재판 기록을 보면 과거 톈수이시 공안분국에서 일하던 바이융창이 톈수이시 공안국장에게 승진을 부탁하며 1995년부터 10년에 걸쳐 5만위안(880만원)의 뇌물을 상납했다고 돼 있다”는 글을 올렸다. 바이이융창은 인터넷 여론에 재갈을 물리려다 ‘누리꾼 수사대’의 역공으로 낙마한 셈이다.
하지만, 석방된 양군은 학교에선 퇴학 처분을 받았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4일 보도했다. 양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정신적 충격에 빠져 아무 말도 못한 채 사시나무 떨듯 떨고만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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