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먹이활동 중인 비둘기 떼의 모습.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지구촌 화제]
중국 해관(세관)에 압류된 1200여마리에 이르는 경주용 비둘기의 수입관세 문제를 둘러싸고 주중 벨기에 대사까지 나서는 일이 벌어졌다.
<로이터> 통신은 30일 “주중국 벨기에 대사가 수입관세 등 세금 문제 탓에 두달가량 중국 해관에 압류된 1200마리 비둘기를 통관시키려고 협상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중국 해관은 7월부터 중국 내 경주용 비둘기 애호가들이 벨기에에서 사들인 1200여마리의 비둘기를 압류하고 있다. 중국은 조류를 수입할 때 가격의 10%에 해당하는 수입관세와 함께 13%가량의 부가세를 매긴다. 하지만 수입 과정에서 세금 납부가 제대로 되지 않자 비둘기들을 압류했다.
이 비둘기들 가운데는 지난 5월 중국의 한 사업가가 256만위안(4억4900만원)을 주고 경매에서 사들인 ‘볼트’라는 비둘기도 포함돼 있었다. ‘볼트’라는 이름은 남자 육상 1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자메이카의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의 이름을 본딴 것이다. 볼트는 다행히 최근 벨기에의 경주용 비둘기 경매사이트인 피파(PIPA)의 니콜라스 지셀브레트 회장이 중국을 찾아 압류 해제를 부탁해 압류에서 풀려났다. 볼트한테 부과된 관세는 모두 62만위안가량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비둘기 사육은 당국이 ‘부르주아의 폐습’으로 규정해 금지됐다. 하지만 최근 부자들을 중심으로 비둘기 경주가 호사 취미로 각광받고 있다. 비둘기 애호가인 쑨옌은 “조사 결과 이미 중국에서는 1990년대 30여만 명의 비둘기 경주 애호가가 있었고 최근엔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벨기에는 2009년 자국을 방문한 왕치산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게 비둘기 한쌍을 선물했고 왕 상무위원은 “삼촌도 과거 비둘기 애호가였다”고 말한 바 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