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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억울하게 사형당한 노점상, ‘마지막 길’의 자유마저 박탈

등록 2013-10-02 16:56수정 2013-10-02 17:26

사건이 일어나기 전 샤쥔펑(왼쪽)이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웨이보
사건이 일어나기 전 샤쥔펑(왼쪽)이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웨이보
단속반 무차별 구타 견디다 못해 저항하다 2명 살해한 샤쥔펑
유명 인권운동가 등 추모객 1000여명 참석한 가운데 장례식
중국 당국, 민심 동요 우려해 인터넷 차단·부고 삭제 등 통제
청관(도시질서 단속요원)의 폭력에 저항하다 흉기를 휘둘러 두명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혀 지난달 25일 사형이 집행된 중국 노점상 샤쥔펑의 마지막 가는 길에도 자유는 없었다.

부인 장징을 비롯한 샤쥔펑의 유가족은 중국 국경절인 1일 랴오닝성 선양 외곽의 묘지에서 그의 장례식을 치렀다. 샤쥔펑은 “죽은 뒤 유골은 들판에 뿌려달라”고 유언했지만 가족들은 이를 따르지 않고 유골을 땅에 묻었다. 장징은 “그래야 가족들이 생각날 때 그를 찾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빗속에서 치러진 그의 장례식엔 가족 외에도 샤쥔펑의 죽음에 연민을 느껴 전국 각지에서 모인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 가운데는 중국의 유명한 인권운동가인 후자와 장쿤도 있었다. 장쿤은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우리는 혹시 모를 (공안의 단속 등) 돌발 사태에 대비해 차에서 먹고 자며 선양까지 600㎞에 이르는 길을 달려왔다”고 적었다.

장징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장례식에 올 줄은 몰랐다. 끝까지 샤쥔펑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법정 투쟁을 하겠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다. 2009년 선양 시내에서 노점을 하던 33살의 샤쥔펑은 이를 단속하는 청관들의 무차별 구타를 견디다 못해 흉기를 휘둘렀고, 3년여의 재판 끝에 지난달 25일 사형에 처해졌다. 이런 소식을 전해들은 중국 누리꾼들은 청관들의 부패와 폭력을 비난하며 분노했다. 게다가 청관들이 그를 단속하고 구타한 것이 그가 뇌물 상납을 거부한 데서 비롯됐다는 사실마저 알려지자 분노는 더욱 커졌다.

이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샤쥔펑은 “장사를 못하게 하면 딴 데 가면 그만”이라며 월 200~300위안 가량의 자릿세를 청관들에게 ‘상납’하지 않았다. 샤쥔펑은 끝까지 자신의 행동이 정당방위였음을 주장하며 가족들에게 상소해 한을 풀어달라고 유언했다. 형이 집행된 뒤 중국에선 “힘없는 백성들만 사형을 당한다” “정당방위에 사형은 가혹하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가는 길도 자유롭지 않았다. 여론의 동향을 의식한 중국 당국은 샤쥔펑의 장례식장 주변에서 무선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 민심을 자극할 수 있는 그의 장례식 소식이 실시간으로 누리꾼에게 알려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당국은 부인 장징이 자신의 웨이보에 올린 부고 소식도 삭제했다. 경찰차들은 사이렌을 울리며 장례식장 주변을 둘러쌌다.

“사형 판결을 재검토해달라”는 가족들의 애타는 탄원을 물리쳤던 사법부도 민심의 동요를 막으려 다급히 ‘판결이 합당했다’고 공고했다. 선양시 고급인민법원은 샤쥔펑의 장례식이 시작되기 몇시간 전에 “그의 사형 판결은 모든 검토를 거쳐 이뤄진 합당한 판결”이라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띄웠다.

샤쥔펑의 가족들은 “여름이 가고 가을과 혹독한 겨울을 견딘 뒤에야 봄은 온다. 산은 칠흑 같은 어둠을 고고히 견뎌 낸다. 그때가 오면 비로소 꽃은 핀다”는 시를 낭송하며 샤쥐펑을 떠나보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 관련기사 바로가기 : “법이 이렇게 잔인할 수가…” 노점상 사형에 중국 누리꾼들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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