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의 시중쉰(왼쪽)과 시진핑
문혁때 자본주의파 몰려 16년 옥고
내달 당회의전 ‘개혁개방’ 강조 의도
내달 당회의전 ‘개혁개방’ 강조 의도
중국 당국이 15일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시중쉰(1913~2002) 전 부총리 추모 붐을 주도하고 있다. 시 전 부총리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아버지다. 1970년대 말 중국 개혁개방의 선구자 구실을 한 시 전 부총리를 띄워 중단없는 경제개혁 의지를 강조하고, 정치적 좌편향 논란을 불식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14일부터 사흘에 걸쳐 시중쉰의 삶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를 내보내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자료 수집에만 10여년이 걸렸고, 국외 취재를 비롯해 중국 내 12개 성을 돌며 촬영하는 데 3년여의 시간이 걸렸다고 소개했다. 중국 우정국은 시중쉰 탄생 100돌 기념우표를 발행하기로 했다. 공산당 중앙 당사연구실은 <시중쉰 문집>과 <시중쉰 화첩> 등을 출간했다. 지방정부 차원의 추모 행사도 활발하다. 시 전 부총리가 당 서기를 지낸 광둥성에선 12일 ‘시중쉰과 광둥 개혁개방 좌담회’가 열렸고, 사흘 전엔 간쑤성도 추모 좌담회를 열었다.
시중신은 1930년대 산시성과 간쑤성에서 유격대 활동을 주도한 중국 공산당의 원로다. 1959년부터 부총리를 지냈지만, 1962년 공산당 내 정치투쟁 와중에 이른바 ‘류즈단 사건’에 연루돼 반혁명 분자로 몰렸고 문화대혁명 시기에도 박해를 받는 등 16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노선을 천명한 11기 3중전회(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복권돼 광둥성 서기로 부임한 그는 초기 개혁개방 정책을 현장에서 총괄했다.
다음달 공산당 18기 3중전회를 앞둔 중국 당국은 대대적인 시중쉰 추모 열기로 개혁개방 노선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장기적 발전은 개혁과 혁신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관영 <중국청년보>는 11일 시 주석의 동생 시위안핑이 “부친은 광둥성 서기 시절 과감하게 경제개혁을 추진했다”고 회고하는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 최근 시 주석이 마오쩌둥 시기의 군중노선과 자아비판을 강조하고 인터넷 사상 통제를 강화하는 것을 두고 정치적 좌편향 논란이 이는 상황을 희석하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싱가폴 <연합조보>는 “개혁개방에 충실했던 시중쉰을 성대하게 추모함으로써 당국이 극좌로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