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공산당 이념 방어·개혁 반대
‘일당통치’ 반대 개혁파 교수 해임
금기 깨고 마오 애니메이션 제작도
우파, 정치개혁·시장역할 강화 지지
베이징서 자오쯔양 복권 촉구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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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전회 : 공산당 중앙위 3차 전체회의
중국 시진핑 지도부의 향후 10년의 정치·경제적 청사진을 제시할 11월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앞두고 중국 내 좌-우파, 보수-개혁파의 ‘이념 전쟁’과 기득권 세력 사이의 이권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11월 초에 열리곤 했던 3중전회의 개회 날짜조차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만큼 내부 논쟁이 복잡하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내 보수파들은 공산당의 이념 방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베이징대학 경제학원 교수위원회는 18일 비공개 회의를 열어 개혁파인 경제학과 샤예량 교수를 해임했다. 찬성 30표, 반대 4표였다. 샤 교수가 2008년 공산당 일당 통치 반대와 중국 민주화를 요구하는 ‘08헌장’에 서명하고 언론·집회 자유를 요구하는 등 당국의 눈밖에 났기 때문이다. 베이징대와 자매결연을 하고 있는 미국 웰즐리대 교수진 130여명은 지난달 베이징대 당 서기에게 “정치적 이유로 샤 교수를 해임하면 교류를 중단할 것”이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샤 교수는 “학교 당국은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고 했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 교무처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공산당 중앙당교가 발행하는 보수적 성향의 이념잡지 <구시>(求是)는 3천만위안(52억3천만원)을 투입해 ‘마오쩌둥의 어린 시절’이란 만화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20일 이 만화영화가 12월26일 마오 탄생 120돌에 맞춰 개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지도자들을 만화 캐릭터로 형상화하는 것이 금기로 여겨졌지만, 공산당 이미지 제고를 위한 변신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정치개혁을 주장해온 활동가들과 주민 100여명은 17일 베이징에서 1989년 천안문(톈안먼) 사태 당시 유혈진압에 반대하다 실각한 자오쯔양 전 총서기의 탄생 94돌을 기념하고 그의 복권을 요구하는 모임을 열었다. 한 참석자는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정치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컸으나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중국 내 좌·우파의 이런 움직임은 향후 10년간 중국이 나아갈 방향타를 설정하는 3중전회를 앞두고 우위를 점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공산당 이념과 국가의 구실을 중시하는 중국 좌파는 국유기업 개혁이나 정치 개혁에 부정적이다. 반면 우파들은 시장과 민영기업의 역할 강화, 금융 등의 개방, 정치개혁을 지지한다.
3중전회에서 나올 개혁 방향에 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청웨이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연구원은 부서 홈페이지에 “△경쟁 체제 도입 △관료 낙하산 임명 방지 △국책사업 축소 등 국유기업 개혁안이 다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주하이빈 제이피모건 중국 경제 담당 수석연구원은 “국유기업 개혁과 관련한 구체적 방안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정가에선 “지방정부가 관할하는 사법권과 토지 매각권을 중앙정부가 회수하려는 개혁안에 관해서도 지방정부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돌고 있다. 한 소식통은 “이념과 기득권을 둘러싼 이견이 아직 조정되지 않은 탓에 3중전회 일정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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