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성의 유력 신문 <신쾌보>
광둥성 3대 일간지 ‘신쾌보’
기업비리 고발한 기자 체포되자
전면 털어 ‘석방 요구’ 이례적 보도
기업비리 고발한 기자 체포되자
전면 털어 ‘석방 요구’ 이례적 보도
“그를 석방하라.”
중국 광둥성의 유력 신문 <신쾌보>가 23일 1면 전면을 할애해 자사 기자의 석방을 요구하는 기사를 실었다. 당국의 통제가 엄격한 중국 언론환경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 신문은 “독자 여러분에게 알려드린다. 본사 천융저우 기자가 건설장비 업체인 중롄중커의 재무 비리에 관한 기사를 쓴 뒤 공안에 체포됐다. 이에 우리는 천 기자의 석방을 요구한다”고 보도했다.
<신쾌보>는 기사에서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천융저우가 18일 후난성 창사 공안당국에 중롄중커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공안은 그의 사무실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융저우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15차례에 걸쳐 후난성 창사에 본사를 둔 중국 2대 건설장비 업체인 중롄중커의 재무비리에 관한 심층보도를 연재했다. 중롄중커 쪽은 혐의를 부인했다. <신쾌보>는 “우리는 늘 책임감을 갖고 기사를 쓰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는 순진한 생각이었다”고 했다. 이 신문은 자사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모든 법률적 수단을 동원해 기자의 정당한 취재 권익을 보호하겠다. 당국도 이 사안을 법에 따라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998년 창간된 <신쾌보>는 2005년 세계신문발행부수 집계에서 95위를 차지하는, 광둥성 3대 일간지 가운데 하나다. <신쾌보> 기자가 공안 당국에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신문의 또다른 탐사기자 류후는 웨이보에 국가공상총국의 마정치 부국장 등 고위 공직자 비리 의혹을 고발했다가 지난달 체포됐다.
선전당국이 언론을 통제하는 중국의 특성상 일간지가 지면을 통해 공개적으로 당국에 항의를 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데이비드 반두르스키 홍콩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기자의 신변 문제를 1면에 다루며 공공대중에게 직접 호소하는 것은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신쾌보> 사태가 올 1월 <남방주말> 파업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진보성향의 <남방주말>은 당시 입헌정치 실현과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신년 사설을 게재하려다가 선전당국에 제지당했고, 기자들이 사흘여 동안 파업을 벌였다. 일부에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인 중국 남방 언론들이 최근 부쩍 강화된 당 지도부의 이념단속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8월 중국 기자들에게 이틀 이상 마르크스주의 교육을 받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