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당국 “천안문 차량폭발은 사전 계획된 테러” 발표

경찰, 위구르인 공범 5명 체포
‘성전’이라 쓰인 깃발·칼도 압수
“휘발유통 불붙여 폭발 일으켜”

사망 탑승자 모두 가족인 점 들어
일부선 ‘생활고 비관 자살설’ 제기

중국 경찰 당국이 28일 베이징 자금성(쯔진청) 들머리에서 일어난 차량 폭발 사고가 테러 습격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경찰 당국은 30일 “28일 차량 폭발 사고가 일어난 뒤 10시간여 만에 사건 용의자를 체포했다”며 “이번 사건은 조직에 의해 사전에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테러 습격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경찰 당국은 또 사고 차량에 탑승했다가 현장에서 숨진 3명은 “우스만 아이산과 그의 부인과 모친이었다”며 “이들 외에 이 사건과 관련된 5명의 공범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용의자들을 체포한 현장에서 ‘성전’이라고 쓰인 깃발과 칼 등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28일 베이징 중심부인 자금성에서 벌어진 이 폭발 사고로 5명이 숨지고 38명이 다쳤다. 이 가운데 12명은 여전히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경찰 당국은 차량 탑승자 3명 가운데 2명이 신장 위구르인이며 이 차량이 신장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경찰 당국은 사고 직후 위구르인 8명을 용의자로 지목해 베이징 시내 호텔을 검문하며 공범 검거에 나섰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 위구르인들이 동투르키스탄 독립운동 세력과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도 폭발 차량에 타고 있던 한 남성이 검정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다음달 9~12일 열릴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앞둔 시기에 중국 정치권력의 상징인 천안문 앞에서 일어났고 사상자가 43명에 이르는 등 피해가 커 위구르 독립운동 세력의 테러라는 설이 유력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사고 현장에서 세차례 폭발음을 들었다”, “뭔가가 쓰여진 펼침막을 봤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차량 탑승자 3명이 모두 가족인 점 등을 근거로 이번 사건은 위구르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정치 테러’라기보다는 생활고 등을 비관한 ‘자살 공격’일 수 있다는 주장도 여전히 나온다.

중국 영토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신장위구르 지역은 중국 정부의 종교·언어 탄압 등에 반발하는 위구르인들의 저항이 끊이지 않았다. 대다수 주민이 터키어를 쓰고 이슬람교를 믿어, 이 지역으로 대량 이주한 한족과 좀처럼 동화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도 주요 기간산업이나 공직에 위구르인의 진출을 제한하는 등 차별 정책을 펴고 있다. 이 지역은 러시아·인도 등 주변 8개 나라 국경과 접해 있고, 석유·천연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이런 사정 탓에 중국 정부는 위구르인의 분리독립운동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

2009년엔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성도 우루무치에서 분리독립운동이 일어나 197명이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도 수차례 무력충돌이 일어나 최소 100여명이 숨졌다. 중국 당국은 폭력 사태를 일으킨 독립운동 인사들에게 극형을 선고하고 지역에 무장병력을 투입하며 사실상의 계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장위구르 지역에 대한 감시와 경계를 대폭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