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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시진핑 체제 ‘커밍아웃’…농민공 껴안고 국유기업 손보고

등록 2013-11-07 20:35수정 2013-11-07 22:51

[세계쏙] 내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18기 3중전회’ 미리보기
①농민공 권리보장 모색
2억 농민공에 시민권 부여해
‘내수 활성화’ 이루려는 구상
호적제 폐지·복지확대 논의될듯
농민 토지보상비 인상 가능성도

중국 베이징 동북쪽 외곽 둥산치 마을. 이곳엔 저소득층의 주거 개선을 위한 임대주택인 ‘경제실용방’이 30만호가량 모여 있다. 이곳 주택가에서 비포장 도로를 건너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단층 벽돌집들과 쓰레기 처리장이다. 마을 주민 대부분은

다른 지역에서 베이징으로 이주해 폐품 수집, 건설 노동, 가사 도우미, 노점상 등의 직업에 종사하는 농민공들이다. 베이징 후커우(호적)가 없는 탓에 의료, 교육, 주택 등의 분야에서 도시민이 누리는 사회복지를 누릴 수 없다. 마을 안에 농민공 자녀 학교가 있지만, 학기마다 1/4 이상의 학생들의 일자리를 찾아 유랑하는 부모를 따라 전학한다. 중국 인구의 1/6을 차지하는 2억6000만 유동인구 가운데 70%를 차지하는 농민공들은 도시 건설과 유지에 필수불가결한 구성원이지만, 도시인의 권리와 사회보장의 면에선 ‘투명인간’ 처럼 보이지 않는 존재다.

이번 3중전회에서 중국 지도부는 ‘신형도시화’ 정책을 통해 이들 농민공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함으로써, 이들을 새로운 성장의 주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비치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농촌의 도시화→농민과 농민공의 소득·구매력 향상→내수 경제 활성화를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비전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화두로 내건 상황에서 3중전회의 개혁 의제 역시 농민과 농민공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지난 7월 농민공 출신으로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사제 폭발물을 터뜨린 지중싱 사건을 비롯해 최근 중국 사회에선 토지를 빼앗기거나 복지에서 소외된 농민들의 절망에 찬 항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회 안정의 최우선 의제이기도 한 것이다.

도시에서 장기간 노동한 농촌 출신 주민들에게 도시 후커우를 부여하는 후커우 개혁은 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중국신문사>는 7일 “신형도시화 비율이 지난해 52.5%에 이르지만 전체 인구에서 도시 후커우를 보유한 사람은 27.6%에 불과하다”며 “교육, 의료, 사회보험과 연결된 후커우 제도 개선은 신형도시화에서 지체할 수 없는 문제”라고 보도했다. 츠푸린 중국하이난개혁발전연구원장은 “향후 8~10년 안에는 후커우 제도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도록 폐지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커우 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사회보장제도 확대 방안도 거론된다.

아울러 지방정부와 농민들 사이의 갈등의 초점인 농촌 집단소유 토지에 대한 개혁도 가시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간 지방정부는 토지 수용과 개발을 통해 부족한 재정을 충당했으나 농민들은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불분명한 탓에 턱없이 낮은 보상비를 받고 경작지에 쫓겨나 빈곤층으로 추락하곤 했다. 한 중국경제 전문가는 “농민에게 토지 소유권이나 매매권을 주기보다는 보상 가격을 올려주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②국유기업 특권 폐지
대출 등 독점에 과잉투자도 심각
리커창, 최근 ‘기득권 수술’ 예고
기업 분할·경쟁도입 등 논의 전망

20년 전인 1993년 14기 3중전회. 당시 장쩌민 주석 체제하에서 열린 이 회의의 주요 결정 사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 확립과 국유기업 개혁이었다. 이어 ‘경제 차르’라고 불린 주룽지 총리는 8만8000여개에 이르던 국유기업 개혁을 진두지휘했지만 1억명이 넘는 대실업 사태라는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에도 국유기업 수술은 또다시 숙제가 됐지만, 2008년 터진 세계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국유기업 중심의 대규모 투자해 나서면서 흐지부지 됐다.

따라서 중국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내놓겠다는 이번 3중전회의 핵심과제는 다시 국유기업 개혁이다. 하지만, 개혁개방 이후 30년의 고속성장기 동안 막강한 부와 권력을 쥔 기득권 집단으로 변모한 국유기업들의 완강한 저항은 개혁의 최대 장애물이기도 하다. 석유, 통신, 금융 등 굵직한 분야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한 국유기업들은 든든한 ‘관시(인맥)’와 ‘대마불사’ 논리에 따라 국유은행들의 대출 등에서 혜택을 보며 덩치를 키웠다. 지린성의 <신문화보>는 6일 “중국 113개 중앙 국유기업 책임자 가운데 절반 이상인 59명이 고위 관리에서 바로 자리를 옮겼거나 과거 정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국유기업들이 금융 등 자산의 특혜를 누리는 동안 민간·중소기업들은 대출 등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국진민퇴(국유기업의 약진과 민간기업의 쇠퇴)’라는 논란이 거셌다. 한 중국 경제 전문가는 “국유기업의 문제는 독점으로 인한 민간기업 발전 저해와 비효율성, 기술혁신 정체”라고 지적했다. 시장의 수요 공급 원리를 벗어난 정치적 논리와 특혜에 의존해 운영되는 대형 국유기업들의 과잉투자 문제도 심각하다.

국유기업 개혁안은 애초 이번 3중전회의 주요 의제에서 빗겨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3일 리커창 총리는 “개혁은 필연적으로 기존 이익구조를 건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해 국유기업들의 기득권에 대한 수술을 예고했다. 지난달 말 발표된‘383 개혁안’에서도 국유기업 독점 완화 문제를 거론했다. 이 개혁안을 주룽지 전 총리의 비서를 지낸 리웨이 국무원발전연구센터 주임과 시진핑 주석의 경제책사로 알려진 류허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이 주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유기업 개혁안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이번 3중전회에서 국유기업을 분할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를테면 석유산업을 생산과 판매 분야로 분리하고, 각 지역별로 회사를 나누는 방안이 내부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국유기업의 제한적 주식 개방 △낙하산 인사 제한 △경쟁 체제 도입 등의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한 중국 경제 전문가는 “3중전회에선 개혁의 큰 방향성만 제시될 뿐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3중전회는 중국 공산당 새 지도부의 정책 방향을결정하는 회의다. 1978년 열린 11기 3중전회에서는 덩샤오핑의 주도 아래 개혁개방 노선이 채택됐고, 사회주의 시장경제(1993년 14기 3중전회), 사유재산 인정(2003년 16기 3중전회) 등 주요 정책들이 모두 3중전회에서 결정됐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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