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 주석에 보 추대한 ‘지헌당’
헌법상 창당 가능…과거 시도 무산
헌법상 창당 가능…과거 시도 무산
중국 좌파 정치세력의 ‘영웅’으로 떠오른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의 지지자들이 그를 종신주석으로 삼는 정당을 결성했다. ‘공산당 일당통치’의 중국에서 이 정당이 명맥을 유지할 가능성은 불투명하지만,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 개막 직전 나온 이런 움직임은 중국 내부의 복잡한 이념 지형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시라이 지지자인 왕정 베이징 경제관리간부학원 부교수는 8일 <로이터통신>에 “지난 6일 중국지헌당(至憲黨)을 결성하고 이 사실을 공산당과 기타 8개 정당,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등에 우편으로 통지했다”며 “베이징 외곽 친청 교도소에 수감된 보 전 서기에게도 교도관을 통해 이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보시라이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 보시라이는 지난달 항소심에서 뇌물수수, 공금횡령, 직권남용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로이터>는 이 당이 △헌법 가치를 최우선에 두며 △평등을 중시한 보시라이의 공동 번영 정책을 지지하고 △보시라이를 종신주석으로 추대한다는 내용을 정강 정책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헌법은 이론상 정당 결성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1949년 집권한 중국 공산당은 이후 다른 정당 결성을 국가 전복 시도로 간주해 금지하고 있다. 중국에선 중국민주동맹, 중국농공민주당 등 1949년 이전에 설립된 8개 정당만이 법적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이 정당들은 독립 야당이라기보다 공산당에 협조하는 외곽단체 성격이 강하며 외관상 중국의 다당제를 합리화하는 구실을 한다. 정부에 비판적인 활동가 쉬원리가 1998년 중국 민주당을 설립하려 했지만 무산된 뒤 2002년 미국으로 추방된 바 있다. 중국지헌당의 유지 여부는 극히 불투명하지만, 왕 교수는 “정당 설립은 합법적인 것으로 (당국에) 체포될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왕 교수는 지난해 우방궈 전 전인대 위원장에게 보시라이 사법 처리에 반대하는 항의서한을 보내는 등 보시라이 지지활동을 하다 체포된 적이 있다.
일부에선 보시라이를 주축으로 하는 중국 좌파 세력이 시진핑 주석 체제의 미래 10년 청사진을 제시할 3중전회 직전 집권 공산당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함으로써 이념적 반발을 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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