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고조 피하기 위해
방공구역 유연 운영 전망도
군 일각선 “경고 무시땐 격추할수도”
방공구역 유연 운영 전망도
군 일각선 “경고 무시땐 격추할수도”
중국은 자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 미국 폭격기들이 통보 없이 진입한 데 대해 27일 “미군기의 활동을 모두 감시했다”고 강조하면서도,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삼가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중국 외교부의 친강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정부는 주권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다. 동해 방공식별구역의 공역에 대해 유효한 통제 능력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이 사전통지 없이 폭격기를 보낸 것은 중국을 ‘종이호랑이’로 여긴 것으로 보느냐’는 도발적 질문에 “왜 마오쩌둥 주석이 ‘종이호랑이’라는 말을 했는지 한번 찾아보기 바란다”는 말로 애둘러 답하는 등 미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킬 발언은 피했다.
중국이 방공 식별구역을 설정하면서 미국이 이처럼 강경한 대응으로 나올 것을 예상하고 준비 태세를 갖췄는지는 분명치 않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미국의 반발은 예상했겠지만 대형 폭격기를 띄워 즉각 강하게 반응하리라곤 예측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에 외교정책 자문을 하는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방공식별구역은 유연하게 운영될 것”이라며 “미국이나 대만 항공기가 출현해도 융통성 있게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미국 군용기가 계속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은 채 진입한다면, 중국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강해지면서 대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양국 전투기의 동시 출격 등 일촉즉발의 긴장이 고조될 수도 있다. 강경파 중국 공군 소장인 차오량 국방대학 교수는 27일 <경화시보>에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상대방 항공기가 적의를 띠고 경고를 무시한 채 계속 진입한다면 격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현재로선 미-중 간의 충돌이나 국지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중국으로서도 미군 전투기가 계속 진입하면 전투기를 출격시켜 경고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중국 방문에서도 방공식별구역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여, 사태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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