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남중국해에 배치돼 있는 미 항모 니미츠호의 갑판에서 조기경보기인 E-2C 호크아이가 이륙하고 있다.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동북아 안보지형이 복잡해진 가운데 미국 항모 니미츠호와 조지 워싱턴호, 중국 항모 랴오닝호가 남중국해에 포진해 있다. 미 해군 제공
순찰 비행하며 ‘무력 시위’
미·일 압박에 정면대응 나서
미·일 압박에 정면대응 나서
중국이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뒤 처음으로 미군기의 비행에 맞서 29일 전투기를 긴급출동시켰다. 중국은 이에 앞서 28일부터 순찰비행을 시작했으며, 이를 정레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의 압박에 대해 무력시위를 벌이며 정면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한반도 주변 안보질서는 급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공군은 29일 밤, 선진커 대변인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해 “29일 오전 미군기와 일본 자위대 항공기에 맞서 전투기를 긴급 출동시켰다”고 밝혔다고 <아사히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중국 공군은 방공식별구역에 7차레에 걸쳐 진입한 일본 자위대의 E767 조기경계관제기와 F15기에 맞서 주력 전투기인 수호이30과 젠11을 출동시켰다고 밝혔다. 중국이 방공식별구역 설정이후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킨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이에 앞서 28일 자국이 선포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에 조기경보기와 전투기를 투입해 순찰 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선 대변인은 “공군이 28일 조기경보기인 쿵징-2000과 수호이-30, 젠-11 등 전투기를 동원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순찰비행하며 상대국 항공기의 무단 진입을 감시했다”고 밝혔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29일 보도했다. 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미국 전략폭격기(B-52)가 중국의 사전 통보 요구를 무시하고 이 지역을 비행한 뒤 사흘 만에 나온 대응이다. 선 대변인은 “이 지역에 대한 중국 공군의 순찰비행이 정례화될 것”이라며 이번 조처가 일회성 시위가 아님을 강조했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에도 방공식별구역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대화를 일본에 촉구했으나, 방공식별구역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는 바꾸지 않았다.
이번 갈등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환경에 거대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우선 갈등의 양상이 급변했다. 그동안 갈등의 축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양국간 영토분쟁이었다. 미국은 ‘영토 문제엔 개입하지 않지만 지나친 긴장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발 빠져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냉전 시기에 설정한 한·일 방공식별구역이라는 기존 질서에 중국이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지면서, 양대 강국(G2)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단숨에 전환됐다. 이 지역에서 미-중 신냉전의 막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사태는 우선 한반도 주변에서 군비경쟁이 가열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2014년 오키나와의 나하 기지에 아오모리현 미사와 기지에 있던 조기경보기(E2C)를 추가 투입해 ‘제2 비행경계감시대’를 발족시키기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9일 전했다. 2015년께 공중급유가 가능한 신형 조기경보기(E727)와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를 도입하는 내용도 올해 말 일본 ‘방위대강’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미국도 내년 봄까지 괌에 배치된 글로벌호크를 미사와 기지로 전진배치한다. 수면 가까이에선 대잠초계기(P-3C), 그 위엔 조기경보기, 그 위엔 글로벌호크가 중국 주변의 바다를 물샐틈없이 감시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도 공중급유기 도입 계획을 발표하며 뛰어드는 모양새다.
이는 첨단 전력에서는 상대적으로 열세인 중국이 대대적인 공군력 강화에 나서도록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사히신문>은 중국 본토에서 방공식별구역 동쪽 끝까지의 거리가 500㎞나 돼 현재 중국군의 통상적인 지상 레이더로는 24시간 감시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바다에 한정됐던 영토분쟁이 공중으로 확산되면서 동북아의 영토갈등이 더욱 복잡하게 꼬이는 계기도 되고 있다. 중국의 이번 조처에 맞서, 한국이 이어도 일대까지 방공식별구역을 확장한다고 발표했고, 일본도 본토에서 괌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에 해당하는 오가사와라제도까지 확장하는 검토를 시작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일 동맹이 한층 강화되면서 그 핵심 요소로서 일본의 ‘보통국가화’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아베 신조 정부가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 문제 등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도쿄 베이징/길윤형 성연철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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