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행사 앞두고 분위기 띄우기
우파 “공포 시대 재연 안돼” 경계
우파 “공포 시대 재연 안돼” 경계
“마오쩌둥 탄생 120돌 기념행사의 규모를 보면 향후 중국의 좌우 이데올로기를 짐작할 수 있다.”
홍콩 <명보>는 마오쩌둥 탄생 120돌 기념행사가 향후 중국 지도부의 이념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중국의 좌파와 우파는 마오 탄생 120돌을 앞두고 상반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마오의 딸 리민과 주더 전 부주석의 외손자 류캉 등 ‘훙얼다이’(혁명 원로의 후손)들은 지난달과 이달 초 베이징과 장시성 징강산에서 잇달아 마오 기념 좌담회를 열어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최근엔 광둥성 선전시에서 1억위안(173억원)짜리 황금 마오 기념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자유와 개혁을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우파들은 이를 경계하고 있다. 중국 혁명 원로인 천이 원수의 아들 천샤오루는 10월 모교를 찾아가 원로 교사들에게 문화대혁명 시절 자신이 홍위병으로서 저지른 잘못을 사과하며 “헌법을 위반하고 인권을 침해한 공포의 시대가 재연돼선 안 된다”고 했다. 우파들은 정치개혁과 학생운동, 언론자유 등을 옹호한 후야오방, 자오쯔양 전 총서기의 재평가를 시도하고 있다. 집권 1년차를 맞은 시진핑 지도부의 이념을 자신들 쪽으로 견인하려는 좌우의 샅바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정작 대대적인 반부패 운동과 자아비판, 군중노선을 강조해 마오 방식을 차용한다는 평을 받고 있는 시진핑 주석은 마오 추모 분위기의 과열에 제동을 걸었다. 시 주석은 지난달 후난성을 찾아 “마오쩌둥 전 주석 탄생 기념행사는 장중하면서도 소박하게 치르라”고 지시했다. 당은 최근 마오 기념 음악회의 이름에서 마오의 이름을 뺐고,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드라마 제목도 ‘마오쩌둥’에서 ‘녜룽전’(중국 개국 원수)으로 바꿨다. 정치적으로는 좌를 지향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우를 포용해야 하는 중국 지도부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오산/성연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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