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담화문서 개혁·개방 강조
덩샤오핑 3번 언급, 마오 거론안해
덩샤오핑 3번 언급, 마오 거론안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년사에서 흔들림 없는 개혁을 올해의 화두로 내놨다.
시 주석은 31일 밤 전국에 방송된 신년사에서 “개혁이라는 근본 목표 아래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사회의 공평·정의를 실현해 인민의 생활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자”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정책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연설과 당원을 대상으로 한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담화문에서도 개혁 기치를 높였다. 정협 대표들과의 다과회에서는 “시위를 떠난 화살이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듯 새해에도 계속해 전면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민일보> 담화문에서도 “중국은 세계 최대의 개발도상국으로서 변함없이 경제체제 개혁을 중심축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의 신년사는 지난해 11월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정부보다) 시장이 자원배분에서 결정적인 구실을 하도록 하겠다”라며 내놓은 경제 분야의 개혁개방 정책을 집권 2년차인 올해 더욱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지난달 30일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 조장을 맡아 경제·정치·사회 등 각 분야의 정책 주도권을 모두 장악해 유례없이 강력한 권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정치 개혁에 대한 언급은 없어, 정치적 통제는 강화하면서 경제적 개혁은 추진하는 ‘정좌경우(政左經右)’ 흐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빈부격차와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해, 시 주석은 이날 사회 공평과 정의 실현에도 무게를 뒀다. 그는 <인민일보> 담화문의 3분의 1 가량을 할애해 “30여년의 개혁개방 이후 사회 곳곳에서 공평과 정의에 어긋나는 현상이 대량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인민들로부터 개혁개방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없고, 사회 화합과 안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담화문에서 개혁개방의 선구자 격인 덩샤오핑은 세차례 언급한 반면, 마오쩌둥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마오 시절의 문화대혁명(1966년~1976년)을 ‘10년 동란’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집권 1년차에 군중노선, 자아비판 등 마오쩌둥식 통치술을 강조했던 시 주석이 집권 2년차엔 다소 좌파 쪽과는 거리를 두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시 주석이 신년사를 한 집무실 풍경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처음 공개된 그의 집무실엔 대형 만리장성 그림과 함께 부친인 시중쉰 전 부총리와 찍은 가족 사진, 비밀직통 전화로 보이는 두대의 빨간색 전화가 놓여 있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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