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전 정딩현 서기 시절 재조명
“주민과 동고동락” 군중노선 강조
“실사구시 행정” 개혁의지도 부각
시 주석 ‘아방궁 복원 중단’ 지시도
“주민과 동고동락” 군중노선 강조
“실사구시 행정” 개혁의지도 부각
시 주석 ‘아방궁 복원 중단’ 지시도
중국 주요 관영 매체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청년 시절 지방관리로 일한 통치 스타일을 대대적으로 재조명하고 나섰다. 집권 2년차를 맞은 시 주석의 권력을 공고화하며 ‘시진핑 리더십’의 방향성을 구체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와 관영 <신화통신> <환구시보> 등은 6일치 인터넷판에 ‘시진핑 동지의 정딩현 시절’이라는 기사를 일제히 머리기사로 올렸다. 시 주석의 정딩현 시절 보도는 지난 2일 지역신문인 <허베이일보>가 특집으로 다룬 뒤 중앙 관영 매체들의 후속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시 주석은 30살이던 1983년부터 허베이성 정딩현 서기로 3년간 재직했다. 시 서기는 궁핍한 정딩현에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대하드라마 ‘홍루몽’ 세트장을 유치하는 등 관광업 부흥에 힘을 쏟았다고 알려져 있다. 시 주석은 2005년 “정딩현은 제2의 고향이며 지도 간부로 성장한 출발점”이라고 회상한 바 있다.
관영 매체들은 시 주석이 정딩현 서기 시절에 백성들과 동고동락했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이날 “시 서기는 정딩현 서기 시절 소박하고 검소하게 주민들과 함께 생활했다”며 “특히 그는 관용차 대신 자전거로 현지를 시찰하는 것이 ‘건강에 좋고, 휘발유를 아낄 수 있고, 인민과 서로 이야기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강조해온 마오쩌둥식 ‘군중노선’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시 주석은 지난 연말 베이징 시내의 한 만두가게를 깜짝 방문해 친서민 이미지를 강조했다. 산시성 정부가 380억위안(약 6조7000억원)을 투입해 추진하려던 진시황의 아방궁 유적지 복원사업도 “아방궁이 봉건시대의 사치와 호사 풍조를 선전할 뿐”이라는 시 주석의 지시로 중단됐다고 홍콩 <명보>가 6일 전했다.
매체들은 시 주석의 덩샤오핑식 실용주의 노선에 입각한 개혁개방 의지도 집중 부각했다. <허베이일보>는 “시 주석은 당시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정딩현에 개혁 춘풍을 불게 해 인민들의 생활을 부유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인민일보>도 “시 주석의 정딩현 시절을 관통하는 것은 사상해방”이라며 “시 주석은 탁상행정을 편 게 아니라 현장에 나가 사람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소통했는데 이게 바로 실사구시의 정신이다”라고 추어올렸다. 관영 매체들은 당 간부들이 시 주석의 정딩현 시절에서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보도는 덩샤오핑 이후 가장 강력한 중국 지도자로 평가되는 시 주석의 국정철학인 ‘개혁’과 ‘군중노선’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신설된 개혁심화영도소조를 직접 관장하기로 하는 등 정치·경제·군·외교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집권 1년차인 지난해 ‘부패와의 전쟁’을 통해 권력을 굳힌 시 주석이 집권 2년차를 맞이한 올해엔 마오쩌둥의 군중노선과 덩샤오핑의 실사구시 개혁개방 노선을 아우르는 ‘시진핑 리더십’을 더욱 분명히 하며 개혁을 적극 추진하려 할 전망이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관영 언론들이 시 주석의 정치적 고향인 정딩현 시절을 집중 조명하는 것은 당 지도부에서 시 주석의 중심적 구실을 보여주는 한편 변함없는 개혁 드라이브를 강조하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풀이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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