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교훈 세계에 알리자는 것”
일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맞불
일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맞불
중국 외교부가 만주사변 유적지를 돌아보는 일정을 꾸려 외신 기자들에게 취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뒤 세계 각국의 중국 외교관이 규탄 성명을 낸 데 이어, 각국 언론의 힘을 빌려 국제적인 반일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본 외무성이 서울과 베이징의 외신 기자들을 초청해 독도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자국 영토라고 홍보하려는 계획을 발표한 데 대한 맞대응 성격도 있어 보인다.
중국 외교부 산하 외국기자신문센터(IPC)는 14일 중국 주재 외신 기자들에게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통해 ‘랴오닝성 선양, 푸순 취재 관련 통지’를 보냈다. 아이피시 누리집은 “아이피시와 랴오닝성 외사판공실이 16일부터 17일까지 선양과 푸순 취재에 중국 주재 외국 기자들을 초청한다”고 밝혔다. 아이피시는 “선양의 9·18 기념관, 기록 보관소를 비롯해 푸순 핑딩산 학살 기념관, 전범 관리소 등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 알렸다. 중국은 만주사변을 9·18사변 또는 봉천사변이라고 부른다. 핑딩산 학살 기념관은 3000여명에 이르는 일제의 민간인 학살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만주사변은 1931년 9월18일 일본 관동군이 봉천(현 선양) 외곽 만주철도를 파괴하고는 이를 중국이 벌인 일로 조작해 만주 침략의 빌미로 삼은 사건이다. 아이피시 관계자는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세계 각국 기자들에게 알리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9일에 이어 이날도 “수많은 만주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내용이 담긴 일본군의 편지를 보도하며 일제의 만행을 거듭 상기시켰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 아이피시가 외국기자단을 주로 자국의 산업 발전이나 문화 관련 행사에 초청한 전례에 비춰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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