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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국도 일제 만행 현장서 ‘반일 여론전’

등록 2014-01-16 21:23수정 2014-01-16 21:26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 있는 9·18 역사박물관(만주사변 기념관) 입구. 만주사변이 일어난 1931년 9월18일 날짜와 당시 일본 관동군이 만주 철도 폭파를 조작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 있는 9·18 역사박물관(만주사변 기념관) 입구. 만주사변이 일어난 1931년 9월18일 날짜와 당시 일본 관동군이 만주 철도 폭파를 조작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선양 만주사변 역사박물관
외신 불러 “군국주의 경계”
“역사를 거울 삼아 평화를 추구하자.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경계하자.”

16일 찾아간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9·18 역사 박물관(만주사변 역사 박물관)의 맨 마지막 전시실은 이 문구로 일본 군국주의 침략에 대한 전시를 끝맺고 있었다. 6개의 대형 전시실엔 일제의 중국 침략의 서막이 된 1931년 봉천(현 선양) 철도 파괴 조작사건부터 만주국 건국과 양민학살, 1945년의 일제 패망에 이르기까지 80만점의 자료가 전시돼 있다. 일본 관동군이 총검과 작두 등으로 중국인을 학살하는 장면이 담긴 수십장의 사진과 사람을 넣어 고문하던 송곳 박힌 원통형 고문 기구 등이 당시의 참혹함을 전했다.

이곳으로 주중 외신 기자들을 초청한 중국 외교부 산하 외국신문기자센터(IPC)와 랴오닝성 외사판공실은 영어 통역을 제공하고 학자와 증인 인터뷰를 주선하며 국제적인 반일 여론 조성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마지막엔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도조 히데키 등 2차대전 A급 전범들의 단죄 사실을 설명하면서, 아베 신조 일본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몰역사적인 행위임을 자연스레 부각시켰다.

특히 중국 당국은 이날 선양 외곽에 있는 2차대전 연합군 포로 수용소 유적지를 방문 일정에 포함시켰다.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6개국 포로 2천여명을 가혹하게 다룬 곳이다. 유적지 마당엔 당시 수용소에서 숨진 포로 250여명의 이름과 사망 일자가 적힌 추모의 벽이 방문객을 맞았다. 일본 군국주의가 비단 한국이나 중국, 동남아 국가들 뿐 아니라 전세계의 공적이자 가해자였음을 알려 서방 국가들의 여론을 환기시키려 한 것이다. 이는 “일본이 2차대전 이후의 심판과 세계 질서를 뒤집으려 한다”는 중국 외교부의 논평과 맥을 같이 한다. 현장에 나와 취재에 응한 왕젠쉐 랴오닝성 9·18 전쟁연구회장은 “역사를 알아야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포로 수용소에서 노역했던 리리수이(89)는“아베가 침략 역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16명)과 일본(15명)을 포함해 영국, 싱가포르, 스페인, 인도 등 6개국 20개 매체 38명의 중국 주재 외신기자들이 참가한 이번 외신 기자단 취재는 아베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뒤 이어지고 있는 중국의 전방위적인 반일 국제여론전의 일환이다. 중국은 세계 40여국 주재 중국 대사들의 일본 비판 성명과 기고, 일본군 만행 기록 공개 등을 통해 일본을 겨냥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 일본 기자는 “(일본에 비판적인 국제여론을 조성하려는) 중국의 선전 의도가 다분히 보인다. 다만 현장에서 중국의 입장을 들어보려고 왔다”고 불편한 심정을 털어놨다.

취재진은 17일엔 일본군이 3000여명의 양민을 학살하고 주검을 불태운 푸순 핑딩산 학살 사건 기념관과 일제 만행 기록이 있는 랴오닝성 기록보관소로 향한다.

선양/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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