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 쉬즈융 ‘질서 방해’ 판결
국제인권단체 등에서 비판 쏟아져
명보 “민간 반부패 운동 불허 의도”
국제인권단체 등에서 비판 쏟아져
명보 “민간 반부패 운동 불허 의도”
중국 공직자들의 재산 공개를 요구하며 ‘신공민 운동’을 주도해온 법률가이자 인권운동가인 쉬즈융에게 중국 사법부가 4년형을 선고하자 중국 안팎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당국의 소수민족 정책에 직언을 해온 위구르족 일함 토티 중앙민족대학 교수와 인권활동가 후자마저 잇달아 연행돼 시진핑 체제가 새해부터 비판적 지식인 탄압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직자 재산 공개라는 합리적 대안을 추구해온 쉬즈융에게 베이징 제1중급인민법원이 ‘공공장소 질서 방해’ 혐의로 4년형을 선고한 것은 시진핑 주석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반부패 운동의 허상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많다. 브래드 아담스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담당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재판으로 시 주석의 반부패 캠페인이 웃음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와 유럽연합(EU)은 “이번 재판에 깊이 실망했다” “중국이 비판적 인사들을 탄압해 우려스럽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쉬즈융은 판결이 나온 뒤 “중국 법치의 마지막 존엄이 철저하게 파괴됐다”는 소회를 밝혔다고 그의 변호인이 전했다.
중국의 저명한 인권운동가인 후자도 26일 공안 당국에 연행됐다. 후자는 이날 오후 5시께 웨이보에 “지금 막 보안요원들에게 끌려간다. 만일 24시간 동안 연락이 닿지 않으면 변호사에게 알려달라”는 글을 남겼다. 시진핑 주석이 경제개혁을 추진하면서도, 당의 통제력 약화를 막으려고 비판적 인사 탄압을 통해 사회의 고삐를 강하게 조이는 미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명보>는 “중국 지도부는 당국이 주도하는 부패 척결은 추진하지만, 민간이 추진하는 반부패 운동은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며 “이런 정책은 이미 다원화한 중국 사회와 정부 사이의 갈등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쉬즈융 재판이 엄격한 통제와 외신의 취재 제한 속에 이뤄짐으로써 시진핑 지도부가 역설하고 있는 사법 투명, 공정성 강화에도 흠집이 났다는 평이 많다. 중국법 전문가인 제롬 코언 뉴욕대 교수는 “재판의 모든 과정이 불투명하게 진행돼 지도부와 최고인민법원이 다짐한 사법 공정,투명성 강화 원칙을 스스로 깨버렸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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