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한겨레〉자료
20년간 세뱃돈 천배 올라…누가 아이들 데리고 오면 피하기 바빠
춘절 뒤 한달은 라면으로 끼니 떼울 형편…아이들은 ‘세뱃돈 재벌’
춘절 뒤 한달은 라면으로 끼니 떼울 형편…아이들은 ‘세뱃돈 재벌’
[지구촌 화제]
“춘제(春節·춘절, 설날)가 유감스럽게도 ‘춘제(春劫·설날의 약탈)’로 변하고 있다.”
중국 관영 <중국신문사>는 2일 천정부지로 오른 춘절 세뱃돈이 중국 가정 경제에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고 세태를 꼬집었다.
베이징에 사는 26살의 여성 둥아무개씨는 “이번 춘절을 맞아 외조카들에게 각각 1000위안(약 17만원)을 세뱃돈으로 주고, 부모님에게 2000위안을 드렸다”며 “20년 동안 세뱃돈이 천배 가까이 올랐다”고 말했다. 장아무개씨도 “친척 아이들이 네댓명이 되는데 올해는 1인당 1000위안씩 세뱃돈으로 줬다. 집에 돌아오고 나니 남는 돈이 없었다. 이전엔 세뱃돈 액수가 두자릿수였는데 이젠 네자릿수로 변해버렸다”고 말했다. 중국도 춘절에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훙바오(紅包·붉은 봉투)에 일정한 돈(야수이첸·壓歲錢)을 넣어 주며 무사히 한해를 지내길 기원하는 풍속이 있다.
베이징 하이뎬구에 사는 올해 70살의 두아무개씨 역시 올해 손자들에게 1명당 1000위안씩의 세뱃돈을 줬다면서 “과거엔 고작 1~2마오, 몇 위안 정도 하던 세뱃돈이 이젠 수백, 수천 위안에 이르고 있다. 춘절 지출 가운데 세뱃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중국신문망>은 급등한 세뱃돈 탓에 일부는 세배 받기를 꺼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장아무개씨는 “누가 아이를 데리고 세배를 올라치면 피하기 바쁘다”며 “아예 춘절 뒤 한달은 라면으로 끼니를 떼울 작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아무개씨는 “돈을 적게 넣으면 쩨쩨해 보이거나 체면이 상할 거 같아 하는 수 없이 많은 돈을 넣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아이들은 ‘세뱃돈 재벌’이 되기도 한다. 베이징의 왕 아무개씨는 “4살배기 아들이 이미 1만위안(170만원)의 세뱃돈을 모았다”고 했다. 일부 아이들은 득의양양하게 세뱃돈으로 호화 핸드폰을 장만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한다.
샤쉐롼 베이징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국의 전통 풍습이 마치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행위처럼 의미가 변질돼 버렸다”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아이들에게 어떻게 세뱃돈을 관리하는지 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한 경제 교육의 일부”라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