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춘절에 집에 돌아가면 어머니가 혼자 모든 집안 정리를 깨끗이 해놓으셨어요. 설날에 쓸 음식, 술 등 모든 물건을 마련해 두셨지요. 섣달 그믐 저녁에도 온가족이 먹을 만두를 비롯해서 수십가지의 음식을 척척 만들어내시곤 했어요. 제 기억 속에 어머니는 영원히 녹슬거나 쓰러지지 않는 ‘철인’이셨어요. 하지만 이번 설엔 달라지셨어요. 올해 65살인 어머니는 청소도 힘에 부쳐 하시고, 그렇게 깨뜻하던 창들과 바닥이 예전 같지 않더군요. 그제서야 전 깨달았어요. ‘아, 우리 엄마도 나이가 드시는구나’라고요.” (허베이성 장자커우 출신의 25살 유아무개씨)
6일까지 일주일 동안 이어진 춘절 연휴를 마치고 고향에서 돌아온 베이징 시민들 절반 이상이 “부모님의 연로해가는 모습을 가장 잊지못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보>는 7일 베이징 시민 100명을 상대로 ‘이번 춘절에 가장 인상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를 해보니 52% 응답자가 “부모님의 나이들어가는 모습이 가장 눈에 밟힌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33살의 겅아무개씨는 “섣달 그믐날 춘절 텔레비전 쇼프로그램인 ‘완후이’에서 ‘시간은 다 어디로 가버렸나’라는 노래를 듣고 온가족이 눈시울을 붉혔다”고 말했다. 완후이에서는 가수 왕정량이 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무대 뒤 대형 화면에서는 딸의 출생부터 성장까지 약 30여년 동안 아버지와 딸이 찍은 사진들이 파노라마 식으로 지나갔다. 사진엔 갓난아기부터 중년 여성으로 성장하는 딸의 모습과 청년에서 중년, 지팡이를 짚은 노인으로 변해가는 아버지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객석의 관중들도 연신 눈시울을 훔쳤다. 겅씨는 “완후이를 본 다음날 모든 가족이 사진관으로 가 가족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유아무개씨는 “춘절을 지낸 뒤 나는 베이징의 학교로 돌아왔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지 않고, 부모님도 빨리 늙어가시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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