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이어진 스모그 27일 걷혀
“기후변화탓 상시화 가능성” 전망
한·일 대기오염 영향에 촉각
중 당국 ‘주변국 영향없다’ 주장
“기후변화탓 상시화 가능성” 전망
한·일 대기오염 영향에 촉각
중 당국 ‘주변국 영향없다’ 주장
26일 중국 베이징 시내는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다. 짙은 스모그로 뒤덮인 도심은 금방 방역차가 소독약을 뿌리고 지나간 듯했다. 가시거리가 수백m에 불과해 대부분의 건물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 농도가 570까지 치솟아 황색경보가 내려진 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눈만 내놓은 채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일주일 내내 이어진 심각한 스모그가 베이징 시민을 절망에 빠뜨렸다. 한 20대 남성은 “마치 세계 종말의 날을 보는 것 같다. 정말 공포스러운 수준”이라며 “이 상태가 반복된다면 몇년 안에 수많은 사람이 폐암으로 숨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베이징 주민도 “집안에 머물며 공기청청기를 틀어놨는데도 호흡이 가쁘고 가슴이 답답했다”며 “병원에 가보려 해도 나갈 엄두가 안 났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우울증이 생길 것 같다”고 했다.
마스크와 공기청정기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한 약국 주인은 “한달 동안 팔 마스크를 요 며칠새 다팔았다. 하루 400개가 나간다”면서 “한사람이 수십개씩 사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경보>는 “일부 유치원에서는 부모들이 모금을 해서라도 공기청정기를 들여놓겠다고 나서 유치원 쪽과 실랑이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베이징의 대기가 위기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베이징 스모그의 70%는 인근 허베이성에 집중된 철강·시멘트 등 중공업 공장에서 유입된다. 여기에 석탄이 주 원료인 난방 시스템에서 나오는 매연이 더해진다. 최근엔 대기 순환이 정체돼 스모그가 더 심각해졌다. 중국은 전력의 65% 이상을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으로 생산한다. 중국 환경보호부는 “베이징과 톈진 등 12개 도시에 감독조를 보내 조사해보니 다수의 화력 발전소, 제철·시멘트 공장의 오염 방지 시설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급기야 시진핑 국가주석이 대기오염 단속령을 내렸다. <신화통신>은 27일 “시 주석이 25일 베이징시를 시찰해 ‘가장 시급한 임무는 PM 2.5를 통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석탄 사용 축소, 차량 통제, 산업 구조조정, 감시 관리 강화 등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의 스모그는 26일 밤 바람을 동반한 비가 내리자 걷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베이징의 스모그가 상시적인 현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왕웨쓰 중국과학원 연구원은 “동남풍의 세력이 점점 강해져 오염물질을 씻어내는 차가운 북서풍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장기 스모그가 상시적인 기후 현상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당국자는 중국발 스모그가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한국·일본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주젠핑 환경보호부 관측사 부사장은 “스모그는 바람에 따라 먼 곳까지 확산되지는 않는다”며 “오염 물질은 그 지역에서 생성된 것인만큼 그 결과도 현지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중국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환경부 차원에서 중국에 스모그 자료 공유 등을 요청한 상황”이라며 “한·중·일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는데 중국 쪽은 황사·스모그로 인한 국가간 손해배상 청구 문제가 제기될까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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