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괴한 10여명 쿤밍역서 칼부림
33명 숨지고 140여명 중경상
위구르족 용의자 4명 사살·1명 생포
시진핑 “철저히 응징” 지시
멍젠주 정법위 서기 등 현장 급파
신장자치구 밖 최대규모 테러
일각선 ‘국외테러세력 연계’ 제기
33명 숨지고 140여명 중경상
위구르족 용의자 4명 사살·1명 생포
시진핑 “철저히 응징” 지시
멍젠주 정법위 서기 등 현장 급파
신장자치구 밖 최대규모 테러
일각선 ‘국외테러세력 연계’ 제기
중국 서남부 윈난성 쿤밍에서 1일 밤 최소 33명이 숨지고 140여명이 다친 대규모 테러 공격이 벌어졌다. 최대의 정치행사인 양회(전인대와 정협) 개막을 이틀 앞두고 일어난 사상 초유의 테러다. 중국 당국은 이번 사건이 “신장위구르 분리독립 세력의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1일 밤 9시20분께 윈난성 쿤밍역 매표소와 광장 등에 검은 옷과 복면을 한 무장괴한 10여명이 들이닥쳐 승객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둘렀다고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언론들이 2일 보도했다.
이 사건으로 지금까지 괴한 4명을 포함해 33명이 숨지고 140여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부상자들은 쿤밍 시내 11곳의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나 70여명은 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던 20대 시민 왕아무개는 <중국신문사>에 “수박을 자를 때 쓰는 길이 50~60㎝가량의 칼을 든 괴한들이 노인, 아이 가릴 것 없이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벴다”며 “괴한들을 피하려던 사람들로 매표소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목격자 양하이페이도 “기차표를 사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복면을 한 괴한들이 들이닥쳐 사람들에게 마구 긴 칼을 휘둘렀다”고 말했다. 사상자들이 흘린 선혈과 소지품들이 낭자한 현장 사진들은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쿤밍시 공안 당국은 “이번 사건은 신장위구르 분열세력이 벌인 엄중한 폭력 테러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아울러 “120여명의 무장경찰을 출동시켜 총격전 끝에 용의자 4명을 사살하고 4명을 체포했다”며 사살된 용의자 1명과 체포된 용의자 1명은 여성이라고 밝혔다. 공안 당국은 도주한 용의자들을 추적 중이다. <신화통신>도 “이번 테러는 치밀하게 계획, 조직된 신장 분리세력의 소행”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중국 언론들은 “현장 사진에서 용의자들이 가슴에 (신장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무장세력인)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의 상징인 성월(초승달 모양) 표식을 달고 있는 게 포착됐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이번 사건은 위구르족 분리독립 세력이 신장자치구 밖에서 벌인 최대 규모의 테러다.
이번 사건은 중국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열흘여 앞두고 수도 베이징의 심장부인 천안문(톈안먼)에서 위구르족 일가족 3명이 차량을 폭발시킨 데 이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양회 개막 직전에 다시 위구르족의 소행으로 여겨지는 대규모 공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테러분자들을 법에 따라 엄격하게 처벌하고, 철저히 응징하라”고 지시했다. 시 주석은 사건이 일어난 쿤밍에 멍젠주 정법위 서기와 궈성쿤 공안부장을 급파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천안문 차량 폭발 사건 뒤 대대적으로 대테러 경비를 강화했고 이번 양회를 앞두고도 전역에 안보 태세를 강조했지만 허점을 노출했다. <명보>는 2일 “양회를 앞두고 베이징 주변의 랴오닝, 허베이, 산시성 등 6개 성 외에도 간쑤, 칭하이, 허난성과 신장자치구 등을 안보 강화 지구로 지정했지만, 상대적으로 평온했던 서남부의 윈난성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중국 내에선 신장자치구의 분리독립 세력이 국외 테러 세력과 연관돼 날로 조직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신장에 대한 통제 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군부내 대표적인 강경파로 알려진 인줘 해군 소장은 <신화통신>에 “이번 테러가 국경 밖의 테러 조직과 연관됐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일부 중국 언론들은 신장 독립세력이 체계적인 테러 훈련을 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은 이번 사건 뒤 경계 등급을 격상해 안전검사를 강화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신장 위구르족 관련 주요 무력 충돌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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