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
리커창 총리 업무보고
내수확대 등 경제 개혁 지속 추진
사상최대 적자예산 편성
“성장 지탱 신호 보내”
리커창 총리 업무보고
내수확대 등 경제 개혁 지속 추진
사상최대 적자예산 편성
“성장 지탱 신호 보내”
중국 지도부가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와 같은 7.5%로 제시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중국은 경제 건설이라는 중심을 확고히 하고 합리적인 경제성장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며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7.5%로 발표했다. 중국이 매년 8% 이상의 성장 목표치를 제시하던 ‘바오바’(保八)의 고속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중고속 성장’과 개혁의 시대로 들어섰음을 재확인했다.
리 총리는 “발전은 우리나라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관건이며 개혁은 최대의 보너스”라며, 중국이 경제개혁을 계속 추진하면서도 성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 전인대를 앞두고 중국이 세계적인 불경기와 경제 구조조정을 이유로 성장 목표치를 좀더 낮추거나 아예 목표치를 발표하지 않으리란 전망도 나왔지만, 중국 정부는 3년 내리 같은 목표치를 고수했다.
리 총리는 “구조조정 진통과 불안정한 세계 경제 회생 속에 중국 경제가 성장 하락이라는 압력을 크게 받고 있다”며 중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큰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기회를 맞고 있으며 공업화·도시화 등으로 향후 한시기 동안 ‘중고속 성장’을 유지할 기반과 여건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장 없이는 정권의 정당성과 사회 안정을 보장할 수 없다는 덩샤오핑 이래 중국 지도자들의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리 총리는 “도시 신규 취업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고 탈농업 노동력의 취업을 보장하며 근본적으로 인민의 생활 개선과 소득 증대를 꾀하는 데 성장률 유지의 목적이 있다”며,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이코노미스트 야오웨이는 <블룸버그>에 “중국 정부가 개혁을 희생해서라도 성장세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알렸다”며 “지방 부채를 통제하고 공해와 싸우며 개혁도 추진하면서 성장도 하겠다는 것은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장률 유지를 위한 일정 정도의 부양책도 내놓으리라 예상된다. 중국은 올해 지난해보다 1500억위안이 증가한 1조3500억위안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 예산을 편성했다. 경기부양이나 복지 확대 등에 정부 지출을 늘리겠다는 신호다. 한 중국 경제 전문가는 “7~7.5%대 이하로 성장률을 낮추면 실업 문제가 불거지고, 이 이상으로 성장률을 높이면 개혁의 강도를 늦춘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7.5%가량의 성장률을 중국 지도부가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내수 확대를 경제성장의 새로운 끌차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양로·건강·관광·문화 등 서비스업 확대 △유급휴가제 실시 △인터넷 기반시설 확대를 통한 정보 소비 촉진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저소득층을 위한 보장성 주택 건설도 지난해보다 70만가구가 늘어난 700만가구를 추가 건설하기로 했다.
리커창 총리는 민간자본에 중소형 은행 설립을 허가하는 등 기업에 충분한 투자 여건을 마련해주겠다며, 금융규제 완화와 개혁 청사진도 강조했다. 과잉 생산으로 경제에 부담을 줘온 철강·시멘트·판유리 산업은 생산을 줄여가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중국의 심각한 스모그 문제와 관련해 리 총리는 “과거 빈곤과 전쟁을 선포한 것처럼 오염에도 전쟁을 선포한다”며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소형 석탄 보일러 5만대 폐기 △화력 발전설비에 탈황·탈질소·분진 제거 시설 설치 △노후차량 600만대 폐기 등 비교적 구체적인 대책도 제시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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