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보고 중 쿤밍역 테러 사건 강하게 규탄
중국 지도부, 원고 밖 연설은 이례적인 일
중국 지도부, 원고 밖 연설은 이례적인 일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개막한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2014년 정부 업무보고를 읽어가던 리커창 총리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강한 어조로 쿤밍역 테러 사건을 규탄했다. “국법의 존엄과 인류 문명을 위협한 테러 분자들을 엄단하겠다.” 애초 이 내용은 원고엔 없던 내용이었다. 중국 지도부가 원고 밖의 연설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 언론들은 전국에 생중계 된 리 총리의 첫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그가 카리스마를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대공보>는 6일 “리 총리가 서민에 와닿는 용어와 비유로 단호한 국정 수행 의지를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오염과 빈곤에 대한 선전포고’, ‘개혁에 대한 배수의 진’, ‘식품안전에 관한 혀 위의 안전’ 등의 표현을 예로 들며 “리커창 스타일을 선보였다”고 보도했다. <신경보>도 “이전까지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잦은 손동작으로 비교적 빠르게 말한다”는 게 리 총리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 였다”면서 “하지만 이번 정부 업무보고에서 그는 시종 엄숙하고, 장중하며 어투 역시 무게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전인대 참석자는 “리 총리의 연설이 1시간50분 이상 이어졌지만 지루한 줄 몰랐다. 그가 알아듣기 쉬운 말로 사안을 설명해 내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들은 리 총리의 연설 동안 50여 차례 박수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리 총리는 최근까지만 해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가려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전체회의(3중 전회) 이후 신설된 국가안전위원회, 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 인터넷영도소조 등 굵직한 주요 기구의 수장을 독식했고 리 총리는 모두 부조장 내지 부주석 자리에 머물렀다. 3중전회에서는 시 주석이 총리가 하던 관행을 깨고 직접 결정문 보고를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외부에선 “기존 시-리 쌍두 체제가 시진핑 독주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 내부에서는 시 주석이 리 총리와 권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 전횡을 하고 있다는 외부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들은 기본적으로 시 주석과 리 총리는 경쟁 관계가 아니며 정치국 상무위원으로서 각자 맡은 바 구실에 따라 협업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시 주석의 카리스마가 막강하지만 덩샤오핑이 토대를 만든 집단 지도체제는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13일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도 또 한차례 등장한다.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리 총리는 토론을 즐기며 비교적 격의없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을 얻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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