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노점상·학생들 감시 강화
신장위구르자치구로 강제이주도
신장위구르자치구로 강제이주도
“먹여살려할 아이들이 둘이나 있는데 어쩌라는 건지….”
중국 베이징시 하이뎬구 국가도서관 앞에서 노점을 하는 중년 위구르족은 걱정이 태산이다. 그는 “쿤밍역 테러 사건 뒤 시 공무원이 찾아와 ‘앞으로는 이곳에서 전병을 팔지 말라’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곳으로 노점을 옮겼지만 수입은 이전에 견줘 턱없이 줄었다.
170여명의 사상자가 난 1일 윈난성 쿤밍역 테러 사건 뒤 중국 당국이 각지의 위구르족을 추방하고 감시를 강화하면서 위구르족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명보>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이 12일 보도했다.
<명보>는 공안 당국이 윈난성의 위구르족 집단 거주지역인 샤뎬에 살고 있는 위구르인 900여명을 신장위구르자치구로 강제이주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샤뎬은 관용적인 종교 문화 정책을 펴는 데다 일자리 구하기도 쉬워 주민 1만3500여명 가운데 90%가 위구르족이다. 이슬람 경전을 가르치는 사립학교도 있어 위구르족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별칭도 얻었다. 하지만 쿤밍역 테러 사건 뒤 감시가 강화돼 지난 6일에는 위구르족을 가득 실은 버스들이 공안의 호위 속에 샤뎬을 떠나는 모습이 목격됐다.
감시와 경계는 베이징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앙민족대학에 다니는 한 위구르족 학생은 “등교할 때마다 반드시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또다른 위구르족 학생은 “지금까지 우리는 중국 사회의 일원으로 융화돼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점점 더 고유의 문화와 종교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외국으로 유학을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위구르족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철권 통치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며 위구르족들에게 교육과 취업 기회를 확대하는 게 올바른 해법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한 위구르족 활동가는 “신장 지역에서 기회는 점점 사라지고 폭력과 불안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신장이 중국의 체첸(러시아로부터 분리독립 투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 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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