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독 언론 ‘스노든 폭로’ 분석 보도
화웨이 서버 침투 경영진 통신 감청
이란·케냐 등 장비 구매국 해킹 추진
화웨이 서버 침투 경영진 통신 감청
이란·케냐 등 장비 구매국 해킹 추진
중국의 거대 통신장비회사 화웨이는 미국이나 그 동맹국에서 사업할 때 제한을 받아왔다. 화웨이의 장비를 통해 중국이 해킹을 할 우려가 있다는 미국 안보 당국의 주장 때문이었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엘지유플러스(LGU+)가 지난해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도입하기로 하자 미국 쪽에서 견제 움직임이 나왔다.
하지만 오히려 미국 정부가 화웨이의 본사와 화웨이 통신장비를 구매한 국가를 해킹해온 실상이 드러났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감청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제공한 기밀서류들을 분석한 결과, 미 국가안보국은 화웨이의 통신네트워크에 백도어(비밀접근통로)를 설치해 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는 화웨이 본사의 서버에 침투해 이 회사 경영진의 통신을 감청하고 내부 정보들을 수집했다고 독일 <슈피겔>과 미국 <뉴욕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샷 자이언트’(거인 저격)이라는 암호명의 이 공작을 통해 미 국가안보국은 화웨이와 중국 인민해방군의 관계를 찾아내려 했다. 자신들의 오랜 주장을 입증하려 한 것이다. 나아가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구매한 국가들의 컴퓨터나 통신네트워크에 침투해 적극적으로 사이버 공작을 펼치려는 목적도 있었다. 국가안보국의 기밀문서는 “우리의 목표물들은 화웨이 제품을 이용해 통신한다”며 “우리는 전 세계 인터넷망에 접근하기 위해 이 제품들을 이용할 방법을 확보하기를 원한다”고 적고 있다.
미국은 2007년부터 화웨이에 대한 비밀공작을 시작했고, 2010년께 접근하기 어려운 네트워크에 침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국가안보국 내 맞춤접근공작(TAO) 부서가 화웨이 본사에 침투하는 경로를 찾아냈다. 국가안보국은 화웨이의 창업자인 런정페이 최고경영자(CEO)의 통화 내용을 수집했다. 여기에 더해, 국가안보국은 화웨이의 기술과 장비들을 구매하는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케냐, 쿠바 등의 통신망에 침투할 해킹 통로를 마련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화웨이 미국법인의 고위 간부인 윌리엄 플러머는 “우리 회사가 국가안보국의 목표물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그들은 중국 정부가 우리를 통해 일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실제로는 그들이 바로 그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지독한 역설이다”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그동안 화웨이가 중국 인민해방군의 해킹부대인 61398부대와 연관돼 있다고 주장해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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