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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시진핑 ‘반부패 드라이브’에 장쩌민·후진타오 “이제 그만”

등록 2014-04-01 20:15수정 2014-04-01 21:16

장, 올 2월 “너무 빨라선 안된다”
후도 작년 “반부패 확대 안된다”
파벌·일가로 파장 번질까 반발

시 주석 ‘부패와의 전쟁’ 기로에 서
‘전임자 측근 봐주기’ 타협 가능성
취임 뒤 1년여 동안 21명의 장·차관급 고위직을 낙마시킬 정도로 거침없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패와의 전쟁’이 기로에 섰다.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장쩌민·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제동을 걸고 나선 탓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31일 중국 공산당 내 사정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장쩌민 전 주석이 지난달 시 주석에게 ‘부패척결 행보가 지나치게 빨라선 안된다’며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는 장 전 주석이 시 주석에게 공산당 최고 지도부의 가족이나 관련된 정치세력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후진타오 전 주석도 지난해 “‘후임자(시 주석)가 반부패 전선을 과도하게 확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또다른 소식통이 전했다.

두 전직 주석의 반발은 당국이 구쥔산 전 인민해방군 총후근부 부부장(중장)을 기소하고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과 가까운 관계로 알려진 류한 한룽그룹 회장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 직후 나왔다.

중국군 사상 최대의 ‘탐관오리’로 꼽히는 구쥔산은 수뢰·공금유용·횡령·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류한 회장은 쓰촨의 탄광재벌로 사업확장 과정에서 살인과 불법무기판매, 금융사기 등을 저지른 혐의다. 특히 그는 쓰촨성 당 서기를 지낸 저우융캉의 비호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류한 재판이 시작되자, “저우융캉 공식 처벌을 위한 전초 작업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당국이 최근 넉달 동안 900억위안(15조5000억원)에 이르는 저우융캉 일가와 측근들의 재산을 압류했다”고 보도했다.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은 시 주석이 당·군·재계에서 전방위적으로 벌이는 ‘부패와의 전쟁’이 결국 자신들의 파벌과 정치적 위상에 해를 줄 것이란 경계심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 장 전 주석의 아들 장몐헝은 상하이에서 저우융캉의 아들 저우빈과 함께 정유회사를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주석의 최측근이자 상하이방의 핵심인 쩡칭훙 전 부주석도 석유방(석유산업을 기반으로 한 정치파벌)의 대부인 탓에 역시 석유방 출신 거물인 저우융캉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후 전 주석 역시 시 주석의 반부패 정책이 자신의 비서실장을 지낸 링지화 전 당 중앙판공청 주임 등 측근들에게까지 미칠 것이라 우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저우융캉이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상무위원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중국 공산당의 불문율이 깨지게 된다는 것도 반발의 이유로 보인다. ‘앞으로는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공산당 원로인 이들로서는 과도한 반부패 운동이 공산당의 집권 기반을 약화시킬 것으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미 지난해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에 대한 재판 당시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살인·치정관계 등 당 고위층의 치부가 드러나면서 공산당의 도덕성과 권위가 큰 타격을 입었다는 평이 적지 않았다. 한 외교소식통은 “저우융캉을 공개 처벌할 경우 생길 부작용에 관해 당 내부에서 논의가 분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이게 됐다. 두 전직 주석의 ‘경고’를 무시하고 ‘부패와의 전쟁’을 이어간다면 여론의 지지는 확보할 수 있지만, 당 내부의 반발이 격화되고 최악의 경우 무차별 폭로 등 정치투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반면 두 원로의 말에 따라 자신의 최대 국정기조를 수정한다면 부패 척결 의지가 껍데기뿐이었다는 여론의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시 주석은 대대적인 반부패 운동과 경제개혁으로 정당성을 확보하고 권력을 강화하려 노력해 왔다. 마오쩌둥, 덩샤오핑의 혁명 경력도, 장쩌민, 후진타오가 가졌던 ‘덩샤오핑이 지목한 후계자’라는 명분도 그가 선택한 전략이다. 전직 지도자들의 반대에 부딪힌 상황에서 시 주석은 타협책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저우융캉을 비공개 당내 처벌로 돌려 파장을 최소화하거나, 두 전직 주석들의 가족이나 측근들에 대한 처벌은 피하는 등이 타협책으로 거론된다. 장쩌민 전 주석이 시 주석과의 ‘정치적 거래’를 염두에 두고 경고성 발언을 흘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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